민주당,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 제출 결정...연말 국회 '시계 제로' 됐다

입력
2022.11.28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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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의석만으로 해임안 강행 처리 가능
국민의힘 "합의 파기되면 민주당 책임" 반발

더불어민주당이 이태원 참사 책임을 물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해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탄핵소추안 발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여지를 남겼다. 박홍근 원내대표가 지난 25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 장관을 파면하라고 요구한 지 나흘 만이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 합의 파기나 다름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당이 거대 의석을 동원해 해임건의안을 밀어붙이면 연말 예산안 처리와 국정조사 일정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28일 국회에서 고위전략회의를 열고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30일 발의하기로 결정했다. 장관 해임건의안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100명)으로 발의할 수 있고, 절반 이상(150명) 찬성하면 의결된다. 민주당 단독 처리가 가능한 사안이다.


민주, 이상민 탄핵소추안 가능성 열어둬

박 원내대표는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오늘(28일)까지 대통령이 책임 있게 파면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했고 그 시한까지 기다렸지만 끝내 답을 얻지 못했다"며 "이에 따라 해임건의안 발의를 위한 실무적 작업에 착수할 것이고, 29일 의원총회에서 이 상황에 대한 보고와 동의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다음 달 1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하고, 다음 날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박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탄핵소추안에 대해서도 추가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탄핵소추의 경우 명백한 위법 사유가 필요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우선 1차적으로 해임건의안 카드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일각에선 앞서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 때도 윤 대통령이 사실상 거부권을 행사한 만큼 헌법재판소 심리로 인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곧바로 탄핵소추로 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상민 사퇴 여론 높아지며 강행 동력

민주당이 속도를 낸 배경에는 '여론이 불리하지 않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이 장관 사퇴 여론이 높은 만큼 원내 과반인 169석으로 밀어붙여도 후폭풍이 크지 않다고 본 것이다. 원내 관계자는 "국정조사를 통해 이태원 참사 원인을 규명하고 진상을 밝히는 것과는 별개로, 그 책임을 묻는 것의 시작은 이 장관 파면"이라며 "이번 참사에 대한 잘못이 없다는 식으로 회피하는 태도가 국민들에게 더욱더 큰 분노를 일으키고 있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이 장관 파면이 국정조사의 선결조건이란 주장도 있다. 이 장관이 본인에게 불리한 자료 제출을 막을 수 있는 만큼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논리다. 한 지도부 의원은 "이 장관이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국정조사가 공정하고 신속하게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태원 참사 당시 재난관리시스템을 점검해야 하는데, 주무부처 장인 이 장관이 자료 제출을 막을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밝혔다.

다른 지도부 관계자는 "국정조사는 법적·행정적 책임을 묻는 자리인데, 조사가 끝날 때까지 이 장관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물어선 안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이번 참사의 진상이 밝혀지지 않으면 아무도 책임을 안 지겠단 뜻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국정조사 파기된다면 민주당 책임"

국민의힘은 국정조사 합의 파기까지 거론하며 반발에 나섰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예산안 통과 이후 국정조사를 해서 책임을 묻기로 한 건 국정조사 결과 책임 소재가 나올 때까지는 해임건의를 안 하겠다는 게 전제된 것"이라며 "우리 당 의견을 더 모으겠지만 사실상 국정조사 합의를 민주당이 먼저 깬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국정조사를 하겠다고 서명하고 난 다음에 잉크도 안 말랐다"며 "국정조사가 파기된다면 그 책임은 모두 민주당에 있다"고 경고했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도 '위원직 사퇴'를 언급하는 등 '국정조사 보이콧'까지 시사했다. 국정조사특위 국민의힘 간사인 이만희 의원 등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야당에 내년도 예산안의 정상적 처리와 이 장관 파면 요구 철회를 언급하며 "이러한 조치가 수반되지 않은 정략적 국정조사에 결코 동의할 수 없으며 '국조위원 사퇴'도 고려할 것"이라고 맞불을 놨다.


강진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