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반도프스키 가슴 깊이 남아 있던 '월드컵 골' 꿈을 이뤘다

입력
2022.11.27 16:13
폴란드, 사우디아라비아에 2-0 승리


감격에 겨운 듯, 그는 골을 넣은 뒤 한동안 그라운드에 엎드려 눈물을 펑펑 쏟았다. 동료 유니폼에 눈물을 닦으며 일어났을 때도 그의 눈가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세계 최정상급 공격수로 인정받아 가며 살아왔지만, 정작 자국 유니폼을 입고 월드컵 무대에서 골을 넣지 못했던 아쉬움을 떨친 순간이다.

'폴란드산 폭격기'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FC바로셀로나)가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 무대에서 첫 득점의 꿈을 이뤄냈다. 그는 지난 26일 카타르 알라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C조 2차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에서 1골 1도움을 기록, 2-0 승리를 이끌었다.

서른넷의 나이, 그동안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7차례나 득점왕에 올랐고, 2020년과 2021년엔 국제축구연맹(FIFA) 최우수선수상을 차지하는 등 선수로서 이룰 만한 건 거의 다 이뤘다. 그러나 월드컵 본선 무대 골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2018 러시아 대회를 통해 처음 월드컵 무대를 밟은 그는 한 골도 넣지 못한 채 1승 2패, 16강 진출 실패란 성적표를 안고 귀국했다.

절치부심해 다시 본선 무대에 서게 된 이번 대회에서도 앞서 결정적 기회를 한 번 날려버렸다. 멕시코와의 1차전에서 후반 13분 페널티킥 키커로 나섰지만, 멕시코 골키퍼 기예르모 오초아(클럽 아메리카)에게 막히면서다. 이 기회를 놓치면서 폴란드는 0-0으로 비겨 16강으로 가는 길이 험난해졌다.

레반도프스키는 이날 전반 39분 오른쪽 측면에서 페널티 박스 안으로 투입된 패스를 받은 뒤 중앙으로 달려온 피오트르 지엘린스키(나폴리)에게 연결해 선제골을 도왔다. 후반 21분엔 골대를 때리는 불운을 겪었지만, 후반 37분 상대 수비수 공을 빼앗은 뒤 직접 왼발 슛으로 득점에 성공,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그는 경기 후 dpa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항상 월드컵에서 득점하고 싶었고, 드디어 꿈이 이루어졌다"고 감격에 겨워했다.

첫 골을 넣은 레반도프스키는 마음의 짐을 덜었고, 첫 승을 거둔 폴란드는 16강행 동력을 얻었다. 만만찮은 상대지만 12월 1일 열리는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오를 수 있는 유리한 위치다.

김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