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빌라에서 10대 형제 숨진 채 발견...부모는 의식불명

입력
2022.11.26 12:18
경찰 "외부 침입 흔적이나 외상 없어"

인천의 한 빌라에서 10대 형제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 형제의 부모는 의식이 없는 채로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인천 서부경찰서는 전날 오전 11시 41분쯤 인천시 서구의 한 빌라에서 고등학생 A군 등 일가족 4명이 쓰러진 채 발견됐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18분쯤 A군이 다니는 고등학교 교사로부터 "아이가 등교하지 않고 연락도 되지 않아 집에 찾아갔는데 인기척이 없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과 경찰이 출동해 현관문을 개방해 들어갔지만 A군과 동생 B군은 이미 숨진 상태였다.

함께 쓰러져 있었던 40대 부모는 의식불명 상태로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 부부는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집 안에서는 수면제 봉지와 불에 탄 가연물질 등 극단적 선택이 의심되는 흔적이 발견됐다. 현장에선 '유서'라고 적힌 짧은 자필 메모도 나왔다. 부모의 이름이 적힌 글에는 신변을 비관하는 내용과 함께 장례식을 치르지 말고 화장해 바다에 뿌려달라고 쓰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가족은 기초생활수급자는 아니었다.

경찰은 A군 형제 사인을 밝히기 위해 이달 28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을 진행하는 한편 유족 등을 대상으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외부 침입 흔적이나 외상은 없었다"며 "생활고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나주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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