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첫 경기를 코앞에 두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결별해 ‘무적 신세’가 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포르투갈)는 온갖 논란에도 끄떡없었다. 온전히 경기에만 집중하며 답답했던 흐름을 끊는 선제골을 넣고 특유의 ‘호우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 골로 월드컵 사상 첫 5개 대회 연속 득점을 달성했다. ‘축구 황제’ 펠레(브라질)도, ‘라이벌’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도 이루지 못한 대기록이다.
호날두가 월드컵 역사를 쓰고, 포르투갈의 승리에 활짝 웃는 사이 또 한 명의 슈퍼스타 네이마르(30·파리생제르맹)는 브라질의 승리에도 마냥 웃지 못했다. 경기 중 상대 수비수와 충돌로 발목을 다쳐 교체됐고, 발목은 퉁퉁 부었다. 의료진이 부상 부위를 살펴보는 동안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호날두는 25일 카타르 도하의 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가나와 H조 1차전에서 후반 20분 상대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직접 페널티킥을 얻어 선제골을 터뜨렸다. 이로써 2006 독일 대회(1골)부터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1골), 2014 브라질(1골), 2018 러시아(4골)에 이어 5회 연속 득점포를 가동했다. 아울러 자신이 보유한 A매치 최다 골 기록도 118골로 늘렸다.
월드컵에 앞서 불화설 등 여러 논란에 휩싸여 좀처럼 웃을 일이 없었던 호날두는 대기록과 함께 팀도 3-2로 이겨 모처럼 미소를 지었다. 그는 “아름다운 순간”이라며 “5번째 월드컵에 출전했고, 팀도 승리해 좋은 출발을 했다”고 기뻐했다. 이어 “5번의 월드컵에서 골을 넣은 최초의 선수가 된 것도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호날두에게는 살짝 운이 따른 결과였다. 호날두가 페널티킥을 얻어낼 때 파울을 범한 가나 수비수 모하메드 살리수가 호날두를 밀쳤다기보다는 공을 먼저 쳤다고 판단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오토 아도 가나 감독은 “호날두가 심판에게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고 비꼬았다.
하지만 파울을 유도하는 것도 호날두의 능력이라는 의견도 있다. CNN은 “호날두의 몸은 나이 탓에 힘을 잃었어도 축구 두뇌는 여전히 예리하다”며 “살리수가 다가와 접촉을 느꼈을 때 바닥에 넘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호날두는 어떻게 득점을 해야 하는지 안다”며 “세계 최고 선수 중 한 명을 아직 무시할 수 없다는 걸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호날두와 달리 네이마르는 부상에 울었다. 같은 날 세르비아전에서 상대 수비수와 충돌한 뒤 고통을 호소하더니 후반 34분 교체됐다. 다친 부위에 얼음 찜질을 받은 그는 침통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바라봤다. 정확한 부상 정도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치치 브라질 감독은 “남은 경기를 뛸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을 놓지 않았다.
네이마르는 8년 전에도 부상 악몽을 겪었다. 자국에서 열린 2014 대회 때 그는 콜롬비아와 8강전 당시 상대 수비수의 무릎에 척추를 맞아 골절상을 입었고, 네이마르가 빠진 브라질은 준결승에서 독일에 1-7로 처참하게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