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칙하고 씨익~ 태클 뒤 포효...'비매너' 우루과이 눈살

입력
2022.11.25 17:50
24일 한국 VS 우루과이 H조 1차전 
우루과이 선수들 반칙성 태클하고 이상 행동
카세레스, 쓰러진 손흥민을 발로 툭툭 차고
발베르데, 이강인에 태클 후 주먹 쥐고 포효

"손흥민 선수가 또 부상당할까 봐 가슴을 쓸어내렸어요."

직장인 이상훈(47)씨는 24일 국제축구연맹(FIFA)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한국과 우루과이의 경기를 보다 순간 멈칫했다. 후반 12분 손흥민(30·토트넘 홋스퍼)이 상대 선수의 무리한 태클로 넘어졌기 때문이다. 이때 손흥민은 왼손을 밟혔으며 축구화는 벗겨지고 양말은 찢어진 상태였다. 반칙성 태클에 상대 선수는 옐로카드를 받았지만, 이씨는 "레드카드를 줘야 했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우루과이 선수들의 '비매너' 경기 속에서도 한국 선수들의 활약은 빛났다. 월드컵 역사에서 두 차례 우승 경력이 있는 우루과이를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0대 0 무승부를 기록했다.

'손흥민에 반칙?'...씨익 웃은 카세레스

카타르 월드컵에서 '마스크 투혼'을 펼치고 있는 한국 대표팀 주장 손흥민은 또 한번 부상을 당할 뻔했다. 대한민국의 온 국민이 일순간 얼어붙었을 정도로 섬뜩한 순간이었다. 손흥민은 지난 2일 소속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안면 골절 부상을 당한 뒤 20여 일 만에 마스크를 쓴 채 경기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손흥민은 다시 일어섰다. 그는 24일 오후 10시(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우루과이 경기에서 중앙선 부근 볼을 받으려다 상대 수비수 마르틴 카세레스(35·LA갤럭시)의 태클로 그라운드에 뒹굴었다.


볼 경합 상황도 아니었다. 김진수(30·전북 현대)가 패스한 볼을 받으려던 손흥민은 뒤쪽에서 뛰어 들어오는 카세레스를 피하지 못한 채 오른발 뒤꿈치 쪽을 밟혔고 그대로 쓰러졌다. 넘어지는 과정에서 땅을 짚은 왼손은 카세레스의 축구화에 밝혀 손등에 발갛게 상처를 입었다. 카세레스는 손흥민의 등을 밀면서 팔까지 잡아채며 넘어뜨렸다.

그런데 카세레스의 이후 행동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쓰러진 손흥민에게 다가가 등을 자신의 발과 무릎으로 툭툭 쳤다. '빨리 일어나라'고 신호를 보내는 듯했다.


이어진 행동은 더 황당했다. 고통스러워하는 손흥민의 반응을 보고도 주심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손흥민이 괜찮다는 사인을 보내지 않았음에도 자의적으로 심판에게 괜찮다는 신호를 준 것이다. 그러나 심판은 그냥 넘어가지 않고 카세레스를 향해 옐로카드를 꺼냈다.

그러자 카세레스는 심판에게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활짝 웃어 보였다. 자신의 거친 파울로 손흥민이 부상을 당할 수도 있던 상황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럼에도 손흥민은 의연했다. 다시 일어나 축구화를 고쳐 신고 그라운드에 나섰다. 그는 경기가 끝난 이후 몸 상태를 묻는 취재진에게 "괜찮다"며 오히려 안심시켰다. 손흥민은 "맞으면 맞는 거다"며 "축구를 하다 보면 맞기도 하고 때리기도 한다. 불편해도 나라를 위해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손흥민의 마스크 투혼은 영국 BBC방송도 높이 평가했다. BBC는 이날 한국과 우루과이 경기의 최우수선수로 손흥민을 선정했다. 그는 양 팀 최고 평점인 7.88점을 받았다. 우루과이에선 다르윈 누녜스(23·리버풀)가 6.85점으로 가장 높은 평점을 받았다.

이강인에 태클하고 포효...5년 전 '눈찢' 세리머니 주인공?

후반 '깜짝 교체' 출전한 이강인(21·마요르카)도 상대팀의 공격을 받았다. 우루과이의 미드필더 페데리코 발베르데(24·레알 마드리드)는 후반 29분 나상호(26·FC서울)와 교체돼 그라운드에 오른 이강인이 공을 잡자 거친 태클로 저지했다.

이강인은 그라운드에 들어오자마자 현란한 드리블과 패스로 상대 진영을 흔들었다. 현재 스페인 라리가의 소속팀에서 맹활약하는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이에 발베르데는 이강인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이강인이 우루과이 진영을 드리블로 돌파하려 하자 거친 슬라이딩 태클로 이강인의 발목을 낚아챘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발베르데는 곧바로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치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는 듯한 포즈였다. 사실 이강인과 발베르데는 스페인 라리가에서 뛰는 선수들로 서로 아는 사이다. 발베르데가 이강인의 실력을 모를 리 없다. 이강인의 침투를 철저하게 막기 위해 강한 태클을 시도했다.


발베르데는 현재 '레알 마드리드의 미래'로 불리며 최고의 미드필더로 손꼽힌다. 그러나 이날 중원에서 한국 선수들에게 발이 꽁꽁 묶이며 제대로 활약하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이강인의 등장으로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이강인과 조규성(24·전북 현대)이 교체 투입되면서 한국의 공격성에 활기를 되찾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발베르데의 거친 몸싸움과 이상한 포효는 이강인에게 통하지 않았다. 이날 월드컵 데뷔전을 치른 이강인은 도발하는 발베르데를 한번 쓱 보더니 웃었고, 개의치 않고 툭툭 털고 일어났다.

축구 팬들은 발베르데의 도발을 두고 "이유 있는 행동"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발베르데가 5년 전 한국에서 개최된 2017 FIFA U-20(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아시아인을 비하하는 인종차별적 세리머니를 했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8강전에서 포르투갈과의 경기 중 페널티킥을 성공한 뒤 양손으로 눈을 옆으로 찢는 듯한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서구권에서 아시아인을 비하하거나 조롱할 때 하는 행동이다.


누리꾼들도 발베르데의 행동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폭력성을 보이는 우루과이는 그러다 망신 당한다", "흥분해서 경기에 지장 있으면 자기들 손해, 결국 한국과 비겼다", "태클 성공했다고 세리머니하는 선수는 처음 본다", "그러다가 짐 싸서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웃으며 의연한 모습 보인 이강인이 승자", "FIFA는 '눈찢' 세리머니 전적이 있는 선수에게 MOM(Man Of the Macth)을 주다니" 등 반응이 나왔다.

이강인은 경기 후 취재진을 만나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중에 어떤 상황이든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라고 의연하게 답했다.

강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