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 포대더미 쌓인 北 항구… 제재에도 中과 교역 폭증

입력
2022.11.2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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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해외로부터 대규모 포대 수입
중국에서 쌀 2만톤 가까이 들여오기도
양측 왕래 선박, 코로나 이전 수준 회복

코로나19 여파로 국경을 걸어 잠갔던 북한이 중국과의 교역에 한층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선박을 운항하는가 하면, 식량난을 타개하기 위해 대규모로 곡물을 수입하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식량난에 유엔 안보리 제재까지 겹쳐 어려움을 겪는 북한이 외부와 접촉면을 넓혀가고 있다.

미국의소리(VOA)는 25일 "북한 대동강변 송림항과 남포항에서 다량의 흰색 물체가 포착됐다"며 "이 물체는 포대자루"라고 해석했다. 해당지역을 촬영한 민간 상업위성업체 ‘플래닛랩스’의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다.

통상 북한이 포대 단위로 운송하는 물건은 쌀을 비롯한 곡물이나 비료 종류로 알려져 있다. 겨울에 접어드는 시점을 감안한다면 위성이 찍은 하얀색 포대는 식량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고 VOA는 전했다.

이와 함께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이 곧 육로를 통한 외부 지원물자 반입을 일부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유엔인구기금(UNFPA) 아시아태평양지역 사무소는 RFA의 대북 지원물자 운송 계획에 대한 질의에 “(북한으로) 해상 운송 서비스가 이미 재개됐고, 우리가 아는 한 북한 당국은 인도적 구호물품의 반입을 허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RFA는 “지난해 UNFPA와 유엔아동기금(UNICEFㆍ유니세프), 세계보건기구(WHO)의 지원물자가 북한 남포항을 통해 운송됐고, 올해 2월에는 북중 간 화물열차를 통해 유니세프의 혼합 백신이 북한에 전달됐는데, 최근 북한 당국의 지원물자 반입 움직임이 다시 포착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대규모로 포대를 수입한 배경은 아직 확실치 않다. 다만 해외로부터 포대를 수입하고 외부 지원을 승인한 것은 열악한 식량 사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VOA에 따르면, 북한은 8월 인도산 쌀 1만 톤 수입을 추진했다. 지난달에는 중국에서 쌀을 1만6,450톤가량 수입했다.

북한 선박이 중국이나 주변 해역으로 향하는 경우도 크게 늘었다. 선박 실시간 위치정보 제공사이트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15일부터 열흘간 북한 선박 28척이 중국 항구에 기항하거나 인근 해상을 항해한 흔적을 남겼다고 VOA는 보도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본격화하기 이전인 2017년에는 매주 20~30척의 선박을 해외로 출항시켰다. 하지만 2020년 초 코로나19 유행 이후 국경을 봉쇄하면서 중국으로 보내는 선박은 매주 10척에 미치지 못했다. 코로나가 점차 잦아드는 양상으로 바뀌면서 북한이 중국과의 교류를 예전 수준으로 회복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수치로 집계되는 북중 교역액은 폭증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10월 북중 교역액은 1억5,386만 달러(약 2,033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68%나 뛰었다. 9월에 비해서도 48% 증가한 규모다. VOA는 “북중 무역액이 매월 꾸준히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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