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급격한 재확산에 중국 곳곳이 봉쇄되고 있는 가운데, 주민들이 단체로 봉쇄망을 뚫고 탈출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그동안 거듭된 봉쇄에도 소극적인 불만만 표하던 시민들이 당국의 통제를 거부하는 '실질적 행동'에 나선 것으로, 중국의 주민 통제력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3년간의 강력한 봉쇄에도 중국 내 일일 확진자 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방역 상황이 오히려 악화하자, 제로 코로나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25일 남방망과 홍콩 명보에 따르면, 광둥성 광저우의 하이주구(區)에서는 주민들이 봉쇄 구역 밖으로 대거 달아났다. 주민들은 코로나19 방역 검문소를 뚫고 봉쇄 지역을 탈출했다. 탈출 과정에는 주민들을 실어 나르기 위한 트럭도 동원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탈출 인원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단, 광저우 공안 당국은 23일부터 전염병 관련 범죄 148건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하이주구는 중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이 두드러진 곳 중 하나다. 지난 23일 광저우에서는 신규 감염자가 7,620명 발생했는데, 대부분인 7,243명이 하이주구에서 나왔다. 하이주구는 다른 도시에서 일거리를 찾아온 농민공 수십만 명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라, 탈출 주민 상당수는 농민공일 것으로 여겨진다. 하이주구 농민공들은 지난 14~15일에도 바리케이드를 부수며 경찰과 충돌하는 시위를 벌인 바 있다.
당국은 부랴부랴 하이주구 바깥으로 통하는 다리 입구에 설치했던 2m 넘는 높이의 콘크리트 장벽을 보수하고, 봉쇄 구역 주변으로 겹겹이 철조망을 설치했다. 공안국은 "비이성적인 행동은 바이러스 전파 위험을 높인다"며 "법에 따라 단속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3일간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실시해, 음성이 확인된 인원을 모아 열차 편 등으로 고향에 보내주겠다는 회유책도 내놨다. 하지만 양성 반응일 경우 또다시 격리·봉쇄를 당해야 하는 농민공들이 당국의 지침을 따를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주민들의 봉쇄망 탈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말 허난성 정저우에 있는 세계 최대 아이폰 생산기지인 폭스콘 공장에서는 노동자들이 열악한 봉쇄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집단 탈주극을 펼친 바 있다.
봉쇄 정책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하기 위한 사실상 마지막 수단이다. 중국은 최근 가파른 확산세를 누그러뜨리려 도시 곳곳을 다시 봉쇄하고 있지만, 확진자는 오히려 더 늘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중국의 신규 감염자는 3만1,98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종전 역대 최고치(4월 13일 2만8,973명)를 경신한 23일(2만9,754명)의 기록을 하루 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광둥성이 7,979명으로 가장 많았고 충칭(6,378명), 허베이성(3,374명), 베이징(1,854명), 쓰촨성(1,295명) 순이었다.
이 중 베이징의 경우 전체의 20%가 넘는 400여 명이 봉쇄 구역 밖에서 나왔다. 지난 22일부터 차오양구를 중심으로 공공시설을 폐쇄하고 아파트 단지 전체를 봉쇄하는 고강도 방역을 실시했지만, 당장 큰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