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고 무뚝뚝하던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달라졌다. 경기 도중 열정적으로 지시를 하고, 우리 선수가 파울을 당하자 심판 판정에 격하게 항의해 옐로카드를 받는 등 월드컵의 무게를 느끼게 해주는 장면이 여럿 포착됐다.
한국은 24일 카타르 알라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루과이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0-0으로 비겼다. 한국은 손흥민(30·토트넘)을 필두로 상대적으로 전력이 앞선 우루과이와 대등하게 맞서며 승점 1점을 챙겼다.
이날 벤투 감독은 시종일관 피치 위에 직접 서서 선수들을 지휘하는 불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무표정을 유지하며 경기를 분석하듯 그라운드를 조용히 응시하던 평소의 그와는 달랐다.
한국 선수들이 강한 태클을 당할 때는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했다. 손흥민이 후반 11분 마르틴 카세레스(25·LA갤럭시)의 태클 시도로 뒤꿈치를 밟혔다. 축구화가 벗겨질 정도의 강한 수비에 손흥민은 고통을 호소하며 그라운드에서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벤투 감독은 이 상황에서 심판에게 강하게 어필했다.
후반 종반 이강인(21·마요르카)과 조규성(24·전북) 투입 이후 양 팀의 거센 공방전이 펼쳐졌을 때도 벤투 감독은 피치 위에서 가만히 있지 못했다. 선수들에게 소리를 지르며 공격과 수비 위치를 지시했다.
후반 종반에는 이례적으로 심판 판정에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정우영(32·알사드)이 우루과이 선수에게 태클을 했다가 반칙이 선언되자, 벤투 감독은 소리를 지르며 팔을 번쩍 들고 항의했다. 정우영이 볼을 먼저 터치했다는 이유였는데, 경기 중 한국 선수들이 여러 차례 넘어진 상황에서 심판이 휘슬을 아낀 것에 대한 일종의 불만 표시였다. 이에 주심은 벤투 감독에게 옐로카드를 꺼내들었다.
전문가들도 달라진 벤투 감독의 모습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벤투 감독이 항의하다 경고를 받은 점에 대해 "오늘 잘했다"고 평가했다. 안정환 MBC 해설위원도 "(경고) 한 장 그냥 받아요, 뭐 어때요"라고 말했다.
벤투 감독은 경기 후 "기술적, 신체적으로 뛰어난 상대팀과 맞대결하며 좋은 경기를 했다"며 "한 팀으로 경기를 잘 꾸렸다"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