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여파로 전세 시세가 2020년 7월 31일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시행 전으로 돌아간 단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신규 아파트 입주가 쏟아진 인천·경기에선 잔금을 못 치른 집주인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인근 오래된 집보다 싸게 전세를 내놓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인천에선 새 아파트 전셋값이 오래된 아파트 시세를 밑도는 현상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금리 인상 여파로 수요는 급감한 반면 새 아파트 입주가 잇따르며 시장에 저렴한 전세 물량이 쏟아진 결과다. 올해 인천의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은 4만여 가구로 지난해(1만9,000가구)의 2배가 넘는다. 내년에도 올해보다 많은 4만1,000여 가구(부동산R114)가 집들이를 한다.
7월 입주에 들어간 인천 주안동 주안캐슬&더샵에듀포레 아파트(1,856가구)의 전용면적 84㎥ 전세 시세는 2억6,000만~3억 원선이다. 이는 부근에 있는 같은 면적의 대우재한신휴플러스(2011년 입주) 전셋값(10월 3억2,000만 원 계약)보다 낮다.
같은 달 입주한 인천 부평구 부평신일해피트리더루츠도 여전히 10%가량은 미입주로 파악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세입자를 구하기 위해 집주인이 경쟁적으로 전셋값을 낮추면서 최근엔 1억9,000만 원(전용 49㎡·입주 당시 시세 3억 원 안팎)짜리 전세 매물도 등장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입주 지정기간 동안 세입자를 못 구해 연체금을 물다가 더는 버티지 못하고 시세를 확 내린 것"이라고 귀띔했다.
경기 수원시 팔달구 매교역푸르지오SK뷰(3,603가구·7월 입주)와 힐스테이푸르지오수원(2,586가구·8월)도 입주기간이 일찌감치 끝났지만 세입자를 기다리는 집주인이 여전히 많다. 힐스테이트푸르지오 전용 59㎥는 입주 당시 전세 시세가 4억 원을 웃돌았지만 최근엔 시세를 3억 원에 맞춘 매물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인근 같은 면적(인계파밀리에)의 13년 된 아파트 전셋값(3억 원 안팎)과 차이가 없다.
서울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지난달 입주에 들어간 서울 서대문푸르지오센트럴파크 전용 84㎡ 전세 시세는 6억4,000만 원 안팎으로 인근 같은 면적의 홍제센트럴아이파크 전셋값(7억 원·8월 계약)보다 낮다.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전셋값을 낮춰도 세입자를 구할 수 없자 지정기간 안에 잔금 치르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호소하는 집주인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기존 아파트는 전세 시세가 임대차 2법 시행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분위기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대단지 아파트 헬리오시티에선 최근 몸값을 수억 원 낮춘 6억 초반대 전세 매물(전용 59㎡)이 잇따랐다. 이는 2020년 7월 평균 전셋값(7억 원)보다 낮다.
시장에선 전셋값의 추가 하락을 점치는 전망이 많다. 한국은행이 최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로 올려 금리 부담이 더 커진 데다 매매시장 침체로 기존 집주인이 매매 대신 대거 전·월세로 눈을 돌리고 있어서다. 서울 강남의 중개업소 대표는 "역전세를 당한 집주인이 전세금을 내주려 은행 대출을 받아야 할 만큼 시장 상황이 수요자 우위로 바뀌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