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초(閏秒) 정말 사라질까

입력
2022.11.25 18:00
22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윤초(閏秒)가 사라진다.’ 1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도량형총회(CGPM) 직후 윤초 폐지를 알리는 보도가 쏟아졌다. 정말 없어질까. 윤초는 지구 자전으로 결정되는 자연시간(천문시)과 세슘 원자의 떨림 속도를 기준으로 정하는 인공시간(원자시)의 차이를 보정하기 위해 전 세계가 특정 시각에 1초를 끼워넣는 제도다. 이걸 안 하면 언젠가는 천문시와 원자시가 너무 차이 나게 된다. CGPM은 보정하지 말잔 게 아니다. 덜 까다로운 방법을 찾잔 얘기다.

□ 윤초는 1972년 이래 27번 삽입됐다. 2015년 7월 1일(한국시간) 오전 8시 59분 59초와 9시 0분 0초 사이에 27번째 윤초가 들어갔다. 정밀한 시간 측정이 필수인 항공우주, 금융, 정보통신 분야는 윤초 때 비상이다. 정보통신이 발달한 미국과 한국, 항공기 지연을 겪은 호주, 기술이 부족한 개발도상국 등은 그간 윤초 폐지에 찬성했다. 반면 윤초가 적용된 자체 위성항법시스템을 운용하는 러시아, 원자시와 윤초에 기반한 시간체계의 기점인 그리니치천문대를 가진 영국은 반대했다.

□ 필요할 때마다 1초씩 넣자니 보정이 너무 잦다. 게다가 보정 시기도 불규칙적이라 번거롭다. 그래서 CGPM은 보정 주기가 적어도 100년은 되게 해보자고 합의했다. 이를테면 1초 대신 100초나 1,000초를 삽입할 수 있을지 다음 총회가 열리는 2035년까지 기술적 검토를 한 뒤 그때부터 2135년까지 적용해보자는 것이다. 윤초가 ‘윤분’으로 바뀔 수도 있어 보인다.

□ CGPM 단독으로 결정할 순 없다. 표준시보가 특정 주파수로 오가는 만큼 국제전기통신연합(ITU)과 협의가 필요하다. 2015년 11월 ITU의 세계전파통신회의(WCR)에선 각국의 첨예한 대립 끝에 일단 윤초를 유지하고 2023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니 이번 CGPM의 제안은 내년 WCR에서 재논의될 듯하다. WCR가 내년에도 윤초 유지 결정을 하기엔 부담이 있다. 지구 자전 속도가 빨라져서다. 윤초를 그대로 두면 이젠 1초를 더하는 게 아니라 빼야 할지 모른다. 한 과학자는 “100초 삽입보다 1초 빼는 게 더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임소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