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국익 앞에 여야가 없다"며 국회를 향해 경제·민생 살리기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동남아시아 순방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총리 겸 왕세자 방한 등에 따른 외교 성과를 구체화하기 위해선 정치권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김건희 여사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고발하는 등 야당과의 관계에선 개선 움직임이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전쟁을 방불케 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고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정부가 힘껏 밀어줘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정쟁은 국경 앞에서 멈춘다는 말이 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예산과 법안을 통한 재정·제도적 뒷받침이 매우 중요하다"며 “정쟁에 밀려 적기를 놓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께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국회가 한마음으로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데 동참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했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내년도 예산안과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법안에 반대하면서 국회 논의의 진전이 없는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를 위해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와의 대화 여부에 대해 "민생 앞에서 여야가 없다는 것을 다시 호소드린다"며 "여야 대화에 대한 노력과 시도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정쟁 중단' 메시지는 오래 가지 못했다.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의 캄보디아 순방 당시 김건희 여사가 심장병을 앓고 있는 한 소년의 집을 방문한 사진에 대해 '조명을 사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장 최고위원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장 최고위원은 지난 18일 김 여사의 사진과 관련해 "최소 2, 3개의 조명 등 현장 스튜디오를 동원한 콘셉트 촬영"이라고 의혹을 제기했었다. 대통령실이 특정인을 상대로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처음이다.
대통령실은 장 최고위원에 대해 "조명이 없다는 사실을 성실히 설명했음에도 글을 내리거나 사과하기는커녕 재차 외신에 근거가 있다며 허위사실을 계속해서 부각했다"며 고발 이유를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정부와 현지 언론이 따뜻한 인사를 전하고 있는데 야당이 외교적 결례를 했다고 갈등을 부추기는 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장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을 대리해서 질문을 드린 건데, 거기에 대해 재갈을 물리기 위해서 고발하고 겁박한다면 응하면 안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의혹에 성실하게 답하는 것이 대통령실의 바른 태도"라며 "대통령실은 거꾸로 이러한 의혹을 전한 야당 국회의원을 고발하겠다니 참 뻔뻔한 태도"라고 대통령실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