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 빛나는 고려청자…세계에서 유일한 '비색'의 힘

입력
2022.11.22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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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 고려청자만을 관람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마련됐다. 몰입형 청자 관람 공간 ‘고려 비색’은 고려청자 특유의 푸른빛(비색)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세심한 장치를 고안했다. ‘고려 비색’ 공간을 비롯해 박물관이 소장한 고려청자를 선보이는 ‘청자실’이 지난 1년간 개편 과정을 마치고 23일부터 문을 연다.

22일 언론에 공개한 청자실에서는 국보 12점, 보물 12점 등 총 250여 점의 청자가 관람객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었다. 중국 자기에서 나타나는 둔탁한 푸른빛과 달리 고려청자의 비색은 은은하고 맑다. 중국의 자기는 유약층이 두꺼워서 색이 어두운 반면, 고려청자는 유약 안쪽에 기포층이 있어 빛을 산란시키기 때문이다. 박물관이 청자실을 개편하면서 조명에 가장 공을 들인 것도 그 때문이다.

고려 비색 전시실의 핵심인 국보 5점은 저마다 전시대를 하나씩 차지하고 각각 다른 조명을 받는다. 이 조명들의 조도는 각 국보의 색에 맞춰서 다르게 설정됐다. 받침대는 검은색 금속을 사용해 청자에 비치는 반사광을 최소화했다. 이 때문에 고려 비색에 전시된 청자들은 어두운 허공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에 미디어 예술가인 다니엘 카펠리앙이 작곡한 '블루 셀라돈(Blue Celadon·푸른 청자)'이 흐른다. 관람객이 온전히 청자의 형태와 비색에만 집중하도록 한 전시 구성이다. 허형욱 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유약의 두께가 굉장히 얇은 청자의 경우, 조명의 세기를 조금만 바꿔도 색이 달라져버린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선 고려청자의 시작과 끝을 모두 만날 수 있다. 고려청자는 왕실의 주도 아래 발전했다. 고려는 10세기 무렵 당시 최첨단 제품이었던 자기 제작에 성공해 150년 동안 비약적 발전을 이뤘다. 고려청자의 세 특징인 비색, 상형, 상감이 12세기까지 차례로 나타난다. 초기엔 비색 제작 자체에 집중했다면 이후로 형태와 장식이 다양해졌다. 청자실에서는 어디서도 보기 드문 유물인 용 문양 청자도 만날 수 있다. 다만 이렇게 공들인 전시실로도 고려청자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표현하기는 어렵다. 이애령 박물관 미술부장은 “태양광 아래에서의 고려청자와 비교하면 청자실에서의 비색은 80% 정도까지 원색을 표현한 것 같다”면서 “고려청자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자랑거리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자랑거리이고 청자실로 세계에 그 점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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