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영 "두 번째 호흡한 육성재, 더 성숙해져" [인터뷰]

입력
2022.11.27 23:39
배우 최원영, MBC '금수저' 종영 인터뷰
'쌍갑포차'에 이어 '금수저'로 호흡한 육성재 언급
"저 역시 상기될 수 있었던 촬영 현장"

배우 최원영이 드라마 '쌍갑포차'에 이어 '금수저'로 두 번째 호흡한 육성재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원영은 현장에서 더욱 성숙해진 후배를 보며 그 역시 상기됐다면서 뜨거웠던 촬영 현장을 떠올렸다.

지난 22일 최원영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사람엔터테인먼트에서 본지와 만나 MBC '금수저' 종영 인터뷰를 나눴다. 동명의 인기 네이버웹툰을 원작으로 한 '금수저'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아이가 우연히 얻게 된 금수저를 통해 부잣집에서 태어난 친구와 운명을 바꿔 후천적 금수저가 되는 이야기를 다뤘다.

극 중 최원영은 도신그룹의 회장이자, 황태용(이종원)의 아빠 황현도를 맡았다. 황현도는 상위 1%의 재벌이자 단정하고 절제된 이미지와 달리 돈을 향한 집념과 욕망에 빠져 살아온 인물이다. 최원영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무슨 짓도 마다하지 않는 황현도의 섬뜩하고 냉혈한적인 면모를 다채로운 감정으로 표현, 긴장감을 조성했다.

최근 '금수저'를 마치고 휴식 중인 최원영은 "종영 후에도 특별한 것은 없다. 숨 고르는 여유가 생겼다. 촬영 현장은 긴장 상태다. 말 그대로 일상을 즐기고 있다"고 근황 밝혔다. 공교롭게도 동시기에 방송된 tvN '슈룹' 역시 촬영이 종료됐다. 그는 "'금수저'와 '슈룹'이 본의 아니게 방영 시기가 겹쳤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그렇지만 인물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올곧이 한 인물에게 애정과 진심을 쏟아야 하는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면서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황현도는 피도 눈물도 없이 잔인한 마음을 가진 소위 '빌런'이다. 배우로서는 빌런이라는 배경을 떠나 애착이 컸단다. "제가 인공호흡한 친구이다 보니까 악인이 됐든 무엇이 됐든 애정이 갔어요. 여러 감정이 섞였고 마지막에는 측은하더라고요. 결말 자체는 너무 예뻤어요."

최원영은 황현도라는 인물이 왜 이 인물이 이렇게 해야 하고 이런 감정을 발산하는지 전사를 미리 생각해놓고 임했다. 물음표가 해결될 때까지 꾸준히 고민하고 인물에 이입한다. 극 후반 황현도 역시 금수저를 사용한 인물이라는 반전을 임팩트 있게 남기기 위해선 시청자들을 속여야 했다. 의도적으로 눈빛을 속이고 의뭉스러움을 남기는 과정은 최원영에게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고민의 순간을 두고 "인물에게 숨 막히게 만드는 지점이 있었다. 뱅뱅 돌면서 고민을 했다. 꼭 해야 하는 말을 절제하고 정제된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원영은 연기를 마친 후에는 군더더기 없이 여운을 정리하는 편이다. 여기에는 선배 연기자들의 조언이 한몫했다. 배우가 캐릭터화되는 것에 있어서 시소처럼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는 이야기다. 스스로 밸런스를 조절하면서 연기하는 순간에 집중하고 치열하게 들어갔다가 빨리 빠져나와야 다음 작품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품 활동을 거듭 이어오면서 최원영은 스스로의 노하우를 다졌고 열일 행보의 밑천이 됐다.

의욕이 넘치는 촬영장도 기분 좋은 순간들로 기억됐다. 육성재 이종원 장률까지 세 아들을 떠올린 최원영은 "더할 나위 없이 다 좋았다. 각자 위치에서 너무 열심히 했다. 굉장히 멋있었다. 육성재 이종원 장률을 보면 에너지가 끌어 오르는 게 느껴진다. 저도 상기될 수 있었던 현장이었다. 함께 그런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게 좋았다"고 언급했다.

유독 드라마에서 아이돌과 호흡하는 순간이 많았다는 최원영은 너스레를 떨면서도 그들의 연기관을 존중하는 선배라고 스스로를 설명했다. 그는 "현장에서 아이돌 친구들을 만났을 땐 배우라고 생각한다. 제겐 연기자로 보이고 느껴진다"면서 "이번 작품이 육성재와의 두 번째 호흡이다. 깊어짐이 느껴졌다. 시간이 주는 약일 수도 있지만 군대를 다녀온 시간 안에서 개인이 얼마나 자신을 고찰하고 성숙해졌는지 많은 차이를 느꼈다. 육성재는 더 좋은 배우가 될 것 같다"고 감탄했다.

뿐만 아니라 최원영은 꾸준히 김혜수 고현정 김정은 톱스타들의 남편 역을 맡기도 했다. 현장에서 이들을 크게 의식하지 않으려고 했다는 최원영은 "당대 대중이 너무 사랑하는 배우들과 호흡했다. 제가 복이 많다. 워낙 대선배들이다. 어렸을 적 제가 연기자가 되기 전 TV에서 본 동경의 대상 앞에서 연기를 하면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어안이 벙벙하다. 꿈같이 느껴지고 영광스럽다. 그런 감정의 찰나들이 있다. 그러고 나면 배우 역할에 대한 존재로 인식하려고 애쓴다"고 말했다.

최원영은 지난 2006년 '드라마시티-그녀가 웃잖아' 이후 매년 적게는 한 작품, 많게는 네 작품 이상 출연하면서 꾸준히 대중과 만나고 있다. 어느덧 내년이면 데뷔 20주년을 맞이하기도 했다.

"감사하고 다행스럽게도 연기자 길목에 들어서서 계속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할 수 있을 때 더 부지런하게 잘하고 싶습니다. 연기를 하는 순간 만큼은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의지가 있습니다. 또 꾸준히 나는 절대 특별하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 자신이 늘 특별하고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에 도취하지 말아야 해요.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데뷔 20주년을 두고 거창할 게 아니라고 말하는 최원영을 보면서 롱런의 비결을 사뭇 느끼기도 했다. 최원영은 일희일비하지 않고 '일심'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언젠가 대중을 울리고 스스로의 가슴을 울릴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비췄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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