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의 핵심 공격수인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울버햄튼)이 엇갈린 회복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안와골절 부상 중인 손흥민은 첫 헤딩을 시도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월드컵 출격이 임박했음을 알린 반면 허벅지 뒷근육(햄스트링) 통증에 시달리는 황희찬은 더딘 회복세에 벤투 감독의 애를 타게 하고 있다.
손흥민은 21일(현지시간) 밤 카타르 도하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검은색 마스크를 쓴 채 어김없이 구슬땀을 흘렸다. 이날 훈련은 15분만 공개됐는데 선수단은 2인 1조를 이뤄 밸런스볼을 이용한 코어 운동을 실시했다.
공개 시간이 종료될 무렵 취재진들이 깜짝 놀랄 만한 장면이 포착됐다. 손흥민이 훈련 파트너인 손준호(산둥 타이산)가 띄워준 볼을 머리로 받은 것이다. 안와골절 수술을 받은 손흥민은 그동안 안정을 위해 헤딩을 시도하지 않았다. 손흥민은 카타르에 입성한 지난 16일 인터뷰에서도 “아직 공을 헤딩할 정도는 아니다. 헤딩을 해 보지도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손흥민은 밸런스볼 훈련이 끝난 후 자청해서 몇 차례 더 헤딩을 시도했다. 부상 부위의 통증 유무를 확인한 것으로 보였다. 지난 2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 도중 상대 수비수와 충돌했고, 왼쪽 얼굴 뼈 4곳이 부러진 손흥민은 4일 수술을 받았다. 안와골절은 통상 4주 이상의 회복 기간이 필요하기에 손흥민의 1차전 우루과이전 출전은 불투명했다.
손흥민은 이날 SNS에 과거 자신이 모델로 나선 맥주 광고 장면을 올리면서 “준비는 끝났다. 가장 큰 꿈을 좇을 시간이다”라는 의미심장한 글도 남겼다. 사실상 카타르 월드컵 출전을 암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동료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조유민(대전)은 “카타르에 와서 흥민이 형을 봤는데 너무 괜찮은 상태였다. 워낙 긍정적인 사람이고 큰 선수라 제가 걱정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든든하고 믿음직스럽다”며 손흥민의 부상이 경기를 뛰는 데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문제는 대표팀의 또 다른 공격수 황희찬이다. 왼쪽 햄스트링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황희찬은 19일 별도의 회복 훈련을 받은 데 이어 이날도 회복 훈련에 집중했다. 첫 경기가 임박했음에도 온전히 팀 훈련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벤투 감독님의 요청으로 선수의 몸 상태와 관련해선 언급을 피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수비진의 느린 발이 약점으로 꼽히는 우루과이를 상대하는 벤투호 입장에서는 저돌적이고 폭발적인 돌파 능력을 가진 황희찬은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벤투호의 많은 선수들이 첫 골의 주인공으로 황희찬을 뽑을 만큼 팀 공격의 핵심이기도 하다.
극적으로 회복할 여지도 있긴 하지만 현재 분위기는 낙관적이지는 않다. 우루과이전에 나서지 못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2차전 가나전, 3차전 포르투갈전까지 있기 때문에 자칫 무리하면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벤투 감독으로선 대안을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다. 섀도우 스트라이커로 중용되고 있는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을 비롯해 권창훈(김천) 나상호(서울) 송민규(전북) 등이 모두 측면 날개를 소화할 수 있다. 이재성(마인츠)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왼쪽 날개 자리에 선 경험이 있다. 하지만 이들 모두 황희찬의 빈자리를 확실하게 채우기에는 다소 무게감이 떨어진다.
우루과이전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벤투 감독의 머릿속이 복합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