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남욱 변호사가 구속기한 만료로 석방된 지 10시간 만에 "천화동인 1호 지분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의 것으로 들었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에 재선된 2014년에는 4억 원 이상을 선거비용 용도로 건넸다고 주장했다. 남 변호사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정점으로 이 대표를 지목하면서, 이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남 변호사는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 이준철) 심리로 열린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지난해 구속된 지 1년 만인 이날 새벽 석방된 남 변호사는 검찰 신문이 시작되자 작심한 듯 "(검찰) 조사에선 사실대로 진술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법정에서 다 말하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동안) 사실대로 말하지 않은 이유가 있느냐"는 검찰 질문에는 "(대통령) 선거도 있었고 솔직히 말해 겁도 났다"고 답했다.
남 변호사는 "2015년 2월부터 천화동인 1호 지분이 이 대표 측 지분이란 것을 김만배씨를 통해 (들어)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2015년 2월 민간사업자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삭제된 대장동 사업 공모 지침서를 확정했다. 사업이 본격 추진될 때부터 이 대표 측 지분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남 변호사는 지난달 28일 재판에서도 이 대표 측 지분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남 변호사는 천화동인 1호의 지분 관계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2015년 2월 서울 강남 술집 모임을 언급하며 "김만배씨가 '너(남욱)는 (지분의) 25%만 가져라'라고 해서 반발한 적이 있다"면서 "김씨가 '내 지분도 12.5%밖에 안 된다. 실제 49% 중 37.4%는 이 시장 측 지분'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남 변호사는 '이 시장 측이 누구냐'는 검찰 질문에 "당시엔 이름을 듣지 못했지만 2021년 이 시장 측 지분 24.5%에 대해 (김씨가) 이야기하면서 정진상(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민주연구원 부원장) 이름을 정확하게 거론했다"고 주장했다.
천화동인 1호는 김씨 소유의 화천대유 자회사로,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수익 4,040억 원 중 가장 많은 1,208억 원이 배당된 곳이다. 김씨가 '정영학 녹취록'에서 "천화동인 1호 절반은 '그분' 것"이라고 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실소유주 의혹이 불거졌다. 김씨는 그러나 천화동인 1호는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남 변호사는 이 대표의 성남시장 재선 선거자금으로 최소 4억 원을 건넨 것으로 안다고도 말했다. '대장동 일당'이 이 대표 이름을 직접 거론하면서 선거 비용을 전달했다고 법정에서 진술한 것은 처음이다. 남 변호사는 "2014년 (지방)선거 기간 중 이모씨로부터 22억5,000만 원을 받았고 선거기간 동안 이 대표 측에 전달된 건 최소 4억 원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인척으로 알려져 있다. 남 변호사는 다만 돈이 김만배씨에게 전달됐기 때문에, 실제로 이 대표 측으로 흘러갔는지는 확인이 안 된다고 했다.
남 변호사의 이날 법정 폭로로 검찰은 이 대표를 겨냥한 수사에 한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 이 대표 입장에선 최측근인 정 실장의 구속과 김 부원장의 기소로 '사법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남 변호사 발언으로 더욱 수세에 몰리게 됐다.
이 대표 측과 민주당은 검찰 수사와 남 변호사 진술에 강하게 반발했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대장동 일당의 하나인 남욱 변호사가 오늘 재판에서 말도 되지 않는 황당한 주장을 늘어놓았다"며 "예상을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윤석열 검찰 특유의 조작 수법"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