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죄수의 카나리아 사랑

입력
2022.11.2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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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앨커트래즈의 버드맨


로버트 스트라우드(Robert Stroud, 1890~1963)는 2차례 살인 등으로 만 54년간 미 연방교도소에 수감돼 그중 42년을 독방에서 지낸 악명 높은 범죄자다. 하지만 그는 교도소에서 새를 기르며 연구해 ‘카나리아의 질병(1933)’ 등 두 권의 유의미한 조류병리학 책을 출간, ‘앨커트래즈의 버드맨(Alcatraz’s Birdman)’이란 별명으로 더 유명하다. 그는 조류학자를 비롯한 수많은 사육자들의 응원을 받았고, 사후 그의 생애는 영화와 TV시리즈로 만들어졌다.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의 상습 폭력에 시달리다 만 13세에 가출한 그는 만 18세 때 댄서이자 매춘부 연인의 ‘서비스’를 받고 돈을 떼어먹고 그녀를 폭행한 한 남성을 총으로 살해, 12년형을 선고받았다. 재소자 간 폭행 사건 등으로 자잘한 추가형을 받던 그는 1916년 사소한 규칙 위반을 빌미로 동생 면회 권리를 박탈한 교도관을 칼로 찔러 살해했다. 그는 1급 살인죄로 교수형을 선고받았다가 윌슨 행정부에 의해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감형받았다.

레번워스 교도소에 있던 1920년 그는 교도소 마당에서 다친 어린 참새 세 마리를 발견, 극진히 보살펴 낫게 한 일이 있었다. 교도 개혁정책의 일환으로 재소자 여가활동 기회가 보장되면서 그는 면회 온 이들을 통해 카나리아를 반입해 독방에서 사육을 시작했고, 그 새들을 판매해 사육 물품들을 구매하곤 했다. 카나리아는 최대 300여 마리까지 늘어났고, 그는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카나리아의 생태와 질병, 특히 출혈성 패혈증의 원인과 치료법을 1933년 책으로 출간, 학자들의 호평을 받으며 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교도관들은 동료 살해범인 그를 줄기차게 괴롭혔고, 시민들의 탄원으로(백지화되긴 했지만) 위생 등을 이유로 그의 조류 사육을 여러 차례 저지했다. 그는 밀주 제조 혐의로 1942년 앨커트래즈로 이감됐고, 조류 사육도 금지당했다. 건강 악화로 1959년 11월 23일, 마침내 독방에서 풀려난 그는 미주리주의 한 의료센터에서 4년 뒤 숨졌다.

최윤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