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었다가 조였다가'...코로나 확산세에 '갈팡질팡' 중국 방역

입력
2022.11.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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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 방역" 앞세워 '과도한 방역 자제' 했다가
확진자 급증에 "느슨하게 하지 말라"

'통제 완화'를 꾀했던 중국 방역 정책이 코로나19 재확산세를 만나 도로 후퇴하는 등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기준 없는 중앙정부의 오락가락한 지시에 일선 방역 현장의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길지 않았던 방역 완화

20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에 따르면, 전날 중국 신규 감염자 수는 2만 4,215명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2일 폐막한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기간 700~800명 선에서 관리됐던 확진자가 한 달 만에 약 30배 증가한 것이다. 이날 수도 베이징에서는 지난 5월 이후 처음으로 사망자도 발생했다.

급격한 확산세에 방역 수위는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당초 중국 정부는 지난 11일 밀접 접촉자에 대한 격리 규정을 단축(시설격리 7일→5일)하고 서킷브레이커(확진자가 발생한 항공편에 대한 운항 정지 조치) 규정을 철회하는 등 이른바 '방역 최적화 조치'를 발표했다. '더 과학적이고 정밀한 방법'으로 방역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는 밀접 접촉자가 1명만 나와도 해당 건물을 통째로 봉쇄하는 과도한 방역을 지양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주민들의 이동 제한도 최소화하는 등 기존의 '제로 코로나' 노선을 '위드 코로나'로 전향하려는 신호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실제 확진자 1명 발생에 아파트 단지 전체를 봉쇄했던 과거와 달리 확진자와 엘리베이터를 공유한 동(棟)만 봉쇄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애매한 지침으로 혼란 자초"

하지만 코로나 확진자 수가 급격히 늘면서 이런 방역 완화 흐름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실제 베이징을 포함, 유전자증폭(PCR) 검사 주기를 기존 72시간에서 24시간으로 단축한 지방정부는 갈수록 늘고 있다. 베이징의 차오양구·창핑구·둥청구 주민들에 대해선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 최소화 권고가 내려졌고, 감염자가 특히 많은 차오양구의 경우 지난 주말 포장 주문을 제외한 식당 영업도 중단됐다.

중앙정부 지침도 오락가락하고 있다. 지난 5일만 해도 중국 정부는 △구이우성 비제시 △쓰촨성 난충시 △허난성 정저우시 등을 콕 집어 "자의적이고 과도한 방역을 했다"며 공개 비판했는데, 최근에는 "과도한 방역을 하지 말라는 뜻이지 느슨한 방역으로 무책임하게 행동하라는 뜻은 아니다(17일 위건위)"라며 일선 방역당국을 다그쳤다. 방역 현장에서 "지나친 방역은 피하되 확산세는 막으라는 것이냐"며 앞뒤가 맞지 않는 정부 지시에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알프레드 우 싱가포르국립대(NSU) 리콴유공공정책대학원 부교수는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앙정부가 적절한 지원도 없이 애매모호한 정책을 내놓은 데 따른 혼란"이라며 "방역 실패 비난을 피하기 위해 지방정부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베이징의 한 교민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치적 성과인 '제로 코로나'는 유지해야 하고, 과도한 방역에 지친 여론도 달래야 하는 모순적 상황에 중국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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