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시진핑·푸틴의 딸

입력
2022.11.20 18:00
26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신냉전 구도 속에 결속을 다지고 있는 북중러 최고지도자들은 모두 딸이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소 5명의 딸을 뒀다고 알려져 있다. 2013년 이혼한 부인과는 연년생 두 딸을 얻었다. 1985년생 장녀는 의학자 겸 의료사업가, 댄스스포츠 선수 출신으로 한때 한국인과의 열애설이 있었던 차녀는 인공지능 연구자로 활동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청소노동자 출신의 옛 내연녀와 2003년 딸을 낳았고, 2015년엔 리듬체조 선수였던 지금의 연인과 쌍둥이 딸을 얻었다고 한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시밍쩌(習明澤)라는 이름의 딸이 있다. 결혼 7년 만인 1993년 얻은 무남독녀다. 시밍쩌는 열여섯 살이던 2008년 쓰촨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현장 구호를 도운 일이나 이태 뒤 미국 하버드대에 입학한 일이 어머니 펑리위안 여사의 자랑으로 알려진 것 정도를 빼면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다. 다만 시 주석이 해외 순방을 할 때 딸과 동행했다는 미확인 보도가 두어 번 있었다. 2015년 영국 방문 땐 시 주석을 근접 수행하던 여성이 딸이라는 오보가 나오기도 했다.

□ 2남 1녀를 뒀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개 석상에 처음 딸을 대동했다. 북한군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시험발사한 18일 딸의 손을 잡고 미사일 운반이나 발사 장면을 지켜보는 사진을 공개한 것이다. 지난 9월 김정은 딸이란 루머가 돌았던 '분홍 원피스 소녀'와 달리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를 빼닮은 아이였다. 2009년 결혼한 김 위원장 부부는 2010년과 2013년, 2017년에 자녀를 출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북한을 방문한 전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데니스 로드먼은 "김정은 딸을 안아봤다"며 이름이 '주애'라고 했다.

□ 북한은 그간 최고지도자 자녀의 신변을 보호하려 출생 사실조차 비밀에 부쳐왔다. 푸틴 대통령도 미국의 제재 명단 발표나 정적의 폭로로 딸들의 신상이 드러났을 뿐 본인은 가족 얘기를 극도로 꺼려왔다. 3년 전 시 주석 딸의 사진과 개인정보를 유출한 인터넷 사이트 직원이 징역 14년형에 처해진 중국은 말할 것도 없다. 북한 김씨 왕조의 이례적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이훈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