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막말' 정치가 끝을 모르고 치닫고 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연일 상대를 향해 날이 선 언사를 뱉고 있고, 이 막말의 말꼬리를 붙잡고 '2차 언쟁'까지 수시로 벌어지는 양상이다. 급기야 구성조차 되지 않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징계안이 무더기로 올라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회 안팎에선 극단적인 팬덤 정치가 빚어낸 문제라고 분석하나, 의원 스스로의 자정 외엔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게 딜레마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21대 국회 출범 이후 윤리특위에 접수된 국회의원 징계안은 18일 기준으로 총 32건이다. 최근 한 달간 제출된 징계안만 10건에 달한다. 지난 20대(2016~2020년)와 19대(2012~2016년) 국회에 접수됐던 징계안은 각각 39건과 43건이었다. 현 국회 임기가 아직 1년 반가량 남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 추세대로라면 역대 기록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
징계안의 제출 사유는 대부분 막말이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과 김교흥 민주당 의원 징계안도 여기에 해당한다. 권 의원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김제남 한국원자력재단 이사장에게 "차라리 혀를 깨물고 죽지"라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김 의원은 국정감사 도중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에게 "버르장머리가 없잖아"라고 소리쳐 도마에 올랐다.
최근 들어 여야 막말 공방은 더욱더 거세지고 있다. 특히 장경태 민주당 의원이 지난 1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건희 여사의 빈곤 포르노 화보 촬영"이라고 발언한 게 파장이 컸다. 윤석열 대통령 동남아 순방에 동행한 김 여사가 캄보디아 프놈펜의 선천성 심장질환 어린이집을 찾아 사진 찍은 것을 비판한 취지였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를 "망언 참사이자 정치 테러"라고 규정하고 장 의원을 윤리특위에 제소했다.
막말이 꼬리를 무는 '말꼬리 잡기' 정치도 점차 심해지고 있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장 의원의 '빈곤 포르노' 발언을 비판하면서 "아프리카 봉사활동을 한 배우 김혜자, 정우성이 포르노 배우란 건가"라고 발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심지어 "그래도 대한민국 국모"(김영식 국민의힘 의원) 등 시대착오적 발언으로 또 다른 설화에 오른 경우도 있었다.
정치권에선 최근 들어 막말 정치가 격해진 이유로 '정치의 양극화'를 꼽는다. 자극적인 언어를 남발해 강성 지지층의 환심을 사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한 중진 의원은 "여야 모두 당이 극단적 진영 논리에 갇히면서 생긴 문제"라며 "의원들도 강성 지지층의 눈치를 보느라 더욱더 자극적인 표현을 쓰게 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모범적인 의정활동과 신사적 태도를 보인 국회의원에게 부여하는 백봉신사상을 수상했던 한 의원은 "정치는 원래 갈등을 조정하고 해소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막말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유명무실한 윤리특위에 무작정 넘겨버리는 것도 문제다. 일종의 프로파간다(선전·선동)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현재로선 막말 정치를 방지할 뚜렷한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막말 정치는 제도적·법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결국 정치인들이 서로 공동체 의식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막말을 쏟아내는 정치인이 설 땅은 좁히고, 대신 온건파 정치인의 정치적 공간을 넓히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