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제 반려견 같은 피해 없게..” 뉴욕에 내린 때아닌 ‘쥐약 주의보’

입력
2022.11.19 09:00

뉴욕 시가 들끓는 쥐 떼를 잡기 위해 살포한 쥐약 때문에 반려견들이 목숨을 잃는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자, 반려인들이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습니다.

미국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랄프 에드워즈 씨는 최근 자신의 반려견 ‘칼리’(4개월∙로트와일러)의 안락사를 결정해야만 했습니다. 칼리와 반려생활을 한지 불과 3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라 주변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칼리는 뉴욕 시내에 살포된 쥐약을 먹고 급성 신부전을 앓은 것으로 진단됐습니다. 에드워즈 씨는 뉴욕포스트에 “지난주 칼리가 갑자기 밥도 먹지 않고 무기력하게 행동했다”고 밝혔습니다. 게다가 그는 칼리의 표정이 매우 침울해 보였다고 덧붙였습니다.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낀 에드워즈 씨는 즉시 칼리를 안고 동물병원을 찾았습니다. 동물병원에서는 항생제를 투여하고 칼리의 상태를 살펴봤습니다. 그러나 수의사의 진단은 절망적이었습니다.


칼리의 신장과 간은 이미 기능을 상실한 상태입니다.

결국 에드워즈 씨는 칼리를 떠나보내는 결정을 해야만 했습니다. 더 이상의 치료는 칼리에게 고통만 더해줄 뿐이었다고 합니다. 처음 칼리를 진단한 수의사는 박테리아 감염에 의한 질병을 예상했지만, 검사 결과는 바이러스 감염 음성이었습니다. 결국 남은 가능성은 단 하나였습니다. 최근 뉴욕 시에 살포된 쥐약이었죠.

뉴욕 시는 최근 늘어난 쥐 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지난 9월까지 뉴욕시에 접수된 쥐 목격 신고는 2만1,600여 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2020년 같은 기간 대비 71% 급증한 수치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접수된 쥐 목격 신고 1만8,600여건보다 16.1% 증가한 수치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쥐가 들끓는 원인에 대해서는 코로나19로 인한 공중보건 인력 감소가 지적되고 있지만,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은 상태입니다. 에릭 아담스 뉴욕시장도 ‘쥐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뉴욕 시의회도 조례를 통과시켜 ‘쥐 억제 구역’을 지정해 대응하고 있을 뿐이죠.

문제는 이 쥐를 잡는 과정에서 살포된 약을 반려견이 먹었을 때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점입니다. 뉴욕 슈바르츠만 동물병원 응급실에서 일하는 앤 마리 졸로(Ann Marie Zollo) 수의사는 “콜리칼시페롤 성분을 주로 사용하는 쥐약은 반려견의 급성 신부전을 유발한다”며 “칼슘 농도가 급격히 높아져 신부전을 초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게다가 이 일은 칼리만 겪은 일이 아닙니다. 에드워즈 씨는 “우리 이웃 중에서도 쥐약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반려견이 두 마리 더 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결국 에드워즈 씨와 이웃들은 동네 주변에 다음과 같은 경고 문구를 작성해 곳곳에 붙였습니다.

산책하는 반려인들은 조심하세요.
경고, 경고, 경고, 경고!!
이 건물 앞에서 3마리의 개들이 산책하다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여기에 쥐약이 뿌려졌어요.
건물 근처에 반려견이 두리번거리지 않게 해 주세요.
그리고 이 근처를 지나가면 반려견의 발바닥을 깨끗하게 닦아주세요.

졸로 수의사는 뉴욕포스트에 “이는 단순히 칼리 씨와 그 이웃들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며 “도시 전역에 쥐가 들끓고 있고, 쥐약을 살포하고 있는 만큼 뉴욕 내 어디에서든 이런 일은 반복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독극물로 하루아침에 비명횡사한 반려견을 보면 어떤 마음이 들지 차마 짐작하기도 어렵습니다. 에드워즈 씨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 인생에서 반려견에게 그렇게 많은 사랑을 받은 적은 없었다”면서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습니다. 부디 쥐와의 전쟁을 벌이는 뉴욕에서 더는 반려견이 희생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8leonardo8@naver.com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