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S-oil)이 9조 원 이상 들어가는 '샤힌(shaheen)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에쓰오일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방한에 맞춰 이사회를 열고 투자 규모를 확정하면서, 종합 석유화학 기업으로 발돋움을 선언했다.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의 최종투자결정(FID)이 이사회를 통해 의결됐다고 17일 밝혔다. 전날 열린 이사회에서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에 총 9조2,58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세계 최대 규모의 정유·석유화학 '스팀 크래커'(기초유분 생산설비)를 구축, 석유화학 비중을 현재의 두 배 수준으로 키운다는 게 에쓰오일이 그린 청사진이다.
10조 원에 육박하는 투자액은 기존 예상 수치인 7조 원을 크게 웃도는 규모로, 울산 공장 신설 등을 위한 기본설계 과정을 거치면서 투자 규모가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공장이 완성되면 에쓰오일은 연간 최대 320만 톤(t)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할 수 있어 수익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투자 결정으로 에쓰오일은 9조2,580억 원을 들여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 내에 스팀 크래커를 비롯한 대단위 석유화학 생산 설비를 건설할 예정이다. 스팀 크래커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와 부생가스 등 다양한 원료를 투입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공정의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설비를 뜻한다. 내년 착공, 2026년 완공이 목표다.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과 사우디의 사업 교류 또한 더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아랍어로 '매'를 뜻하는 '샤힌'은 한국과 사우디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매 사냥' 문화에서 따온 명칭으로 전해졌다. 빈 살만 왕세자가 보유한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는 자회사인 아람코 오버시즈 컴퍼니(AOC)를 통해 에쓰오일 지분 63.4%를 갖고 있다.
공장이 완성되면 에쓰오일은 최대주주인 아람코의 TC2C(Thermal Crude to Chemicals) 기술을 적용,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TC2C는 기존 정유공장 내 저부가가치 중유 제품들을 분해해 스팀 크래커 원료로 전환하는 공정으로, 고부가가치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경쟁력을 키우는 데 보탬이 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한편 에쓰오일은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등 건설업체와 샤힌 프로젝트 설계·조달·시공(EPC) 업체 선정 계약 체결식을 가졌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건설 기간 중 하루 최대 1만7,0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3조 원 이상의 울산 지역 건설업계 활성화 효과를 만들어 낼 전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