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중진인 노웅래 의원의 뇌물 혐의를 포착하고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이재명 대표 수사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검찰이 노 의원까지 수사 대상으로 삼으면서 민주당을 겨냥한 전선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는 16일 뇌물수수와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국회 의원회관과 노 의원 지역구인 마포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한국일보 취재 결과, 노 의원은 2020년 사업가 박모(62)씨 측으로부터 태양광 사업 편의 제공 등 청탁 대가로 6,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노 의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이었다. 박씨는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에게 골프장 인수를 비롯한 이권 사업과 인사 민원 등 각종 청탁 명목 뒷돈과 불법 정치자금 등 총 10억 원을 건넨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박씨 주변 인사들에 따르면, 노 의원은 박씨의 배우자이자 수도권 소재 대학교수인 조모(59)씨와 친분이 두터웠다고 한다. 민주당의 한 인사는 "조씨와 노 의원은 친목 모임에서 만나 잘 알게 됐고, 박씨는 주변에 노 의원과의 친분을 과시했다"고 밝혔다. 박씨의 전 운전기사도 "조씨가 2020년 노 의원 사무실에 가야 한다며 국회까지 함께 간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해 조씨는 Y사 대표로 취임하면서 사업 목적에 태양광 및 신재생에너지를 추가했다.
검찰은 노 의원이 2020년 민주당 전당대회를 준비하며 박씨 측의 돈을 사용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그러나 "그해 전당대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돈이 많이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MBC 기자 출신의 4선 국회의원인 노 의원은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다가 이달 11일 사의를 표명했다.
이번 수사는 이정근 전 부총장의 알선수재 및 정치자금법 위반 수사 과정에서 파생됐다. 검찰은 박씨의 휴대폰 녹음파일 등을 분석하며 민주당 인사들의 뒷돈 수수 의혹을 살펴보고 있다. 검찰이 지난달 19일 이 전 부총장을 구속기소하면서 돈을 건넨 박씨를 재판에 넘기지 않은 것도 민주당 관련 수사가 남아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노 의원은 이 전 부총장 공소장에서 청탁 대상으로 거론된 인사는 아니었다.
검찰은 노 의원뿐 아니라 민주당과 전 정권 인사들을 겨냥한 전방위 수사를 펼치고 있다. 이재명 대표와 측근들을 타깃으로 한 위례신도시·대장동·성남FC·쌍방울 수사를 비롯해 서해 공무원 피격·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도 진행 중이다. 서울동부지검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하며 박상혁 의원 등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인사들을 잇따라 조사하고 있다. 대전지검도 월성원전 조기 폐쇄 경위와 관련해 청와대를 겨냥한 수사를 끝내지 않고 있다.
노 의원은 검찰 수사에 강력 반발했다. 그는 "아무 물적 증거도 없이 피의자 진술에 의존해 자택까지 압수수색하는 것은 비정상적이고 저의를 가진 기획수사"라며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부메랑이 돌아오는 것에 막중한 책임을 느끼며 결국 무고함이 밝혀질 것"이라 말했다. 한국일보는 사업가 박씨 측에도 연락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노 의원을 소환조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