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시대에 환경부를 없앤다니!"

입력
2022.11.1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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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공무원 A씨와 나눈 이야기다. 9월 총선 때 좌파에서 우파로 스웨덴 정권이 바뀐 이야기를 하다 자연스럽게 내각 구성으로 이야기가 흘러갔다. 마침 현지에서 뜨거운 주제였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총리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던 기후환경부를 에너지비즈니스산업부와 묶어 기후기업부 밑으로 보냈다. 장관엔 자유당 청년회장 출신 로미나 푸르모크타리를 임명했다.

의사 결정 과정에서 자본 논리에 휘둘릴 위험을 내포한 변화였다. '스물여섯 최연소 장관'이라는 상징성은 있었지만, 그는 기후 관련 경력이 전무했다. 환경부가 폐지된 건 아니지만 기능 축소와 위상 격하는 분명해 보였다. 국제사회에서 기후 대응에 가장 적극적이던 스웨덴이 한 결정이라기엔 의외였다. 스웨덴은 현시점 가장 유명한 환경운동가인 그레타 툰베리의 국가 아니던가.

A씨는 "황당한 결정"이라며 분개했다. "매 분, 매 초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 환경부를 없앤다니. 정부 설명은 환경부를 없애는 게 아니고 환경을 더 보호하기 위해 다른 부처와 합치는 거라고 한다. 말이 되나?" 직업공무원인 그가 '전 정권 사람'이라서 분노한 것은 아니었다.

최근 스웨덴 정부 움직임을 보니 A씨가 괜한 걱정을 한 건 아닌 듯했다. 며칠 전 정부 예산안을 발표했는데 휘발유·경유 지원금은 늘고 전기차 구입 보조금은 가위질 당했다. 철도 유지∙보수 예산은 도로 투자로 전용했고, 환경 모니터링 기금은 줄었다. 예산은 정부의 비전이 무엇인지를 거짓 없이 보여주기에, 현지에선 "기후 보호 열망이 사라졌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푸르모크타리 장관은 임명 직후 인터뷰에서 기후 대응 의지가 결코 작아지지 않았다고 강조하면서도 일상생활이 기후대응으로 인해 영향을 받아서도 안 된다며 관련 조치들을 '잘게' 쪼개야 한다고 했다. 일상에 영향을 안 주는 기후대응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애초에 기후 걱정할 일이 없지 않았을까.

A씨와의 대화 중에 딴생각도 했었다. 여성 인권 및 권익 증진을 위해 여성가족부를 보건복지부로 합치는 것이라는 윤석열 정부의 논리와 닮은꼴이어서다. 내년 정부 예산안을 논의 중인 국회가 여가부 예산 삭감 얘기로 시끄러운 것을 보니, 스웨덴 걱정을 할 때가 아닌 것 같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