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세계적 경제계 거물들을 잇따라 만난다. 세계적 경기 침체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번 회동이 이 회장이 그리는 '뉴 삼성'의 비전을 찾는 데 어떤 역할을 할지 관심이 모인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번 주 한국을 찾은 ①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 ②네덜란드 세계적 반도체 장비 회사 ASML의 페이터르 베닝크 CEO ③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등과 만남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나델라 CEO는 이날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MS 이그나이트 스포트라이트 온 코리아' 행사에 참석했다. 나델라 CEO의 방한은 2018년 이후 4년 만이다. 이 회장은 행사 이후 나델라 CEO와 만나 반도체를 비롯해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메타버스 등에서 두 회사의 협력을 얘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이 회장은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 나델라 CEO를 만나 전략을 공유했다. 나델라 CEO는 이날 오전 최태원 SK그룹 회장,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도 만났다.
이 회장은 16일 경기 화성시에서 열리는 ASML 뉴 캠퍼스 기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베닝크 CEO도 만날 것으로 보인다. 베닝크 CEO는 이날 열린 국내 언론 대상 간담회에서 "이 회장과는 수년 동안 인연을 이어왔다"며 "만날 때마다 경영 전반을 얘기한다"고 친근감을 보여줬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분야에서 업계 1위 대만 TSMC를 뒤쫓고 있다. TSMC와 격차를 줄이기 위해선 초미세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ASML의 장비를 TSMC보다 더 많이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회장은 유럽 출장 때마다 ASML 본사를 찾아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공급 문제를 논의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ASML은 지난해 EUV 장비 48대를 팔았는데, 그중 TSMC가 22대, 삼성전자가 15대를 가져간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이 회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과 함께 빈 살만 왕세자와 티타임을 겸한 회동을 가질 것으로 전해졌다. 빈 살만 왕세자는 15, 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이후 3년 만에 한국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2019년 이 회장은 정의선 회장, 최태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빈 살만 왕세자와 환담했다. 2개월 후인 2019년 9월 이 회장은 사우디를 찾아 빈 살만 왕세자를 다시 만나 기술, 산업, 건설, 에너지, 스마트시티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사우디는 현재 총 사업비 5,000억 달러(약 667조 원) 규모의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 '네옴시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체 부지만 서울 면적의 44배 수준인 2만6,500㎢에 달한다. 석유에 의존해 온 나라 경제를 첨단 제조업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국가 단위 프로젝트다. 삼성을 비롯한 국내 대기업들은 건설, 에너지, 통신, 인프라 등 분야에서 네옴시티 사업 관련 수주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은 인공지능(AI), 5세대(5G) 이동통신, 사물인터넷(IoT) 등 스마트시티 조성에 필요한 기술을 두고 빈 살만 왕세자와 구체적 협력 방안을 그려낼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회장 자리에 오른 만큼 그만의 청사진을 제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뛰고 있다"며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가 삼성의 새로운 미래 비전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