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다양한 현안을 주제로 25분간 회담했다. 두 정상의 첫 공식 회담이자 3년 만에 열린 한중 정상회담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미중 전략경쟁에 따른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구도 심화로 한중 관계가 중대한 분수령을 맞은 상황에서 정상 간 만남은 의미가 크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을 멈출 '건설적 역할'을 중국에 요청했고, 시 주석은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인 '담대한 구상'에 대해 "북한이 호응한다면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한중이 함께 글로벌 공급망 안정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는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 재편을 염두에 두고 미국이 결성한 '칩4' 등에 한국이 가입한 점을 견제한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은 한중 FTA 2단계 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하자고 뜻을 모았다. 시 주석은 코로나가 안정되면 방한 초청에 응하겠다며 윤 대통령의 중국 방문도 희망했다.
정부가 역내외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자 한미일 공조를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지만 대중 외교의 중요성 또한 커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남북·북미 외교를 단절한 채 핵·미사일 개발에 매달리고 있는 북한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려면 중국이 경제·외교적 지렛대로 북한을 움직일 필요가 있다. 더구나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다. 중국 역시 미국의 대중 포위망을 완화하려면 한국의 협조가 절실하다. 시 주석이 3연임 성사 이후 첫 순방외교 일정에 윤 대통령과의 회담을 포함한 것도 이를 방증한다.
정부는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한중 관계를 보다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 한반도 및 인태 지역에서 중국 견제를 외교안보 정책의 우선순위로 삼고 있는 미일과 달리, 우리는 북핵 위협 해소가 가장 중대한 현안이다. 우리 국익을 극대화하는 외교적 균형점은 따로 있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한국판 인태 전략과 프놈펜 성명은 지나치게 미국 입장에 동조한 선택이라는 지적도 새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