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치 않는다" 유족 요청에 하루만에 '000' 익명 처리 나선 민들레

입력
2022.11.15 11:15
'시민언론 민들레' 명단 공개 하루 만에 일부 수정
"원치 않는다" 유족 요청에 13명 이름 익명 처리 
명단 수정 작업 때문인지 포스터도 보이지 않아
한덕수 총리 유감 표명, 민주당도 뒤늦게 선 긋기

진보성향 인터넷 매체 '시민언론 민들레'가 유족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공개한 서울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일부가 익명 처리됐다. 일부 유족들이 반대 의사를 밝힌 데 따른 것이다.

15일 오전 10시 기준 해당 매체가 게시한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포스터는 '수정본'이란 제목과 함께 13명의 이름이 익명으로 전환됐다. 성만 적고 이름을 가리거나, 아예 '000'으로 비공개 처리하기도 했다.

명단 공개 소식이 알려지면서 익명 전환되는 이름의 숫자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의식한 듯, 해당 매체는 수정본 포스터를 설명하는 제목 글귀에 '공개 원치 않는 유족 10여 명의 의사에 따라 명단서 삭제'라고 적어뒀다.

삭제 요구를 해온 유족의 숫자를 못 박지 못한 것이다. 오전 11시 기준 홈페이지에 올려둔 희생자 명단 포스터도 사라졌다. 명단 수정 작업 때문에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해당 매체의 명단 공개는 일방적이었다.

민들레는 희생자 155명의 실명이 담긴 포스터를 공개하며 "유족들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깊이 양해를 구한다. 이름 공개를 원치 않는 유족께서는 이메일로 연락을 주시면 반영토록 하겠다"고 전했다. 이후 홈페이지에 수정된 명단을 올리며 "신원이 특정되지 않지만 그래도 원치 않는다는 뜻을 전해 온 유족 측 의사에 따라 희생자 10여 명의 이름은 삭제했다"고 적어놨다.

유족 동의 없는 희생자 명단 공개는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이태원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에서 "가장 기본적인 절차인 유가족분들의 동의조차 완전히 구하지 않고 공개한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직접 나서 유족 동의를 전제로 희생자 신원 공개를 주장했던 더불어민주당도 "유족 동의 없는 공개는 부적절하다"(안호영 수석대변인)고 선 긋기에 나선 데 이어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소속 의원들은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 응하며 "유족 입장과 다르게 맘대로 공개하는 건 법적, 도덕적 책임 져야"(노웅래 의원), "당 차원에서 명단 공개를 논의한 바 없다. 이재명 대표 개인 차원의 얘기"(조응천 의원)라는 성토를 쏟아내며 해당 매체와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강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