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조사 반대" 강경 목소리에… 주호영, 협상 카드 '빈손'

입력
2022.11.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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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자칫 '빈손'이 될 처지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국정조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사퇴에 반대하는 당내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두 사안을 놓고 밀고 당기며 더불어민주당과 협상에 나서려고 해도 운신의 폭이 좁아진 상태다. 연말 난제인 예산정국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주 원내대표는 14일 국회에서 3선 이상 중진·재선 의원들을 잇따라 만나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 대응책과 내년도 예산안 처리 전략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대다수 의원들은 국정조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사법 리스크에 휩싸인 이재명 대표를 지키려는 '방탄 국정조사' 의도가 짙다는 이유에서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어떻게 국민적 슬픔과 비극을 정치에 이용할 수 있나, 국민적 동의를 받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 문제에 대해 중진 의원들의 강력한 성토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 장관의 거취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오가지 않았다. 하지만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을 중심으로 '유임' 기류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장제원 의원은 취재진에게 "(이 장관이) 지휘체계에서 치안 관련된 지위에서 제외돼 있지 않느냐. 그런 것들을 밀도 있게 잘 봤으면 좋겠다"면서 사실상 이 장관 책임론 차단에 나섰다. 수도권의 한 의원도 "일선에서 장관한테 제대로 보고를 못 한 것 아니냐. 장관이 지휘할 수 없는 상황이 왜 생겼는지 밝히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그간 국정조사에 대해 "필요하면 할 수 있다"며 다소 여지를 남겨뒀다. 이 장관의 언행에 대해서도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향후 야당과의 협상을 위해 불씨를 살려둔 셈이다.

하지만 당 주류 입장이 '강경 대응'으로 굳어지면서 주 원내대표는 난감한 상황이 됐다. 그는 재선의원 간담회를 마친 뒤 "저로서는 법안 및 예산통과가 있으니까 고민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지금은 압도적 다수의 의원이 국정조사할 단계가 아니라니까 그 뜻을 받들어야 할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물론 주 원내대표가 야당과 협상하는 데 내부 강성기조가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윤핵관이 내세우는 명분이다. 장 의원은 "당내 강한 기류를 가지고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와 협상하면 훨씬 더 협상이 강화되지 않을까. 그런 차원에서 봐달라"고 말했다.

다만 주 원내대표가 내몰리는 분위기는 그의 '독자 행보'에 대한 견제구 성격도 없지 않아 보인다. 지난 11일 국회 운영위의 대통령실 국정감사가 기폭제가 됐다. 당시 위원장을 맡은 주 원내대표가 '웃기고 있네' 필담을 나눈 김은혜 홍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을 퇴장조치하자 당내 잠재된 불만이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의 국조 요구를 피하기 위한 '맞불 전략'을 내놓아야 할 지도부가 안이하게 대처하면서 일을 키운 것"이라며 "주 원내대표의 활동영역이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