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션은 사실(Fact)에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 허구(Fiction)를 더한 창작물을 의미한다. 실제 있었던 이야기로 어느 정도 현실성을 확보하면서 만들어낸 이야기로 호기심까지 자극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드라마 '슈룹'도 팩션 사극이다. '올빼미'가 '슈룹'을 이어 팩션 사극의 힘을 보여줄 수 있을까.
'올빼미'는 오는 23일 개봉하는 영화다. 밤에만 앞이 보이는 맹인 침술사가 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벌이는 하룻밤의 사투를 그렸다. '왕의 남자' 조감독 출신 안태진 감독의 장편 영화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많은 영화 마니아들의 기대를 받는 중이다. 유해진이 인조 역을, 류준열이 맹인 침술사 경수 역을 맡아 극을 이끌었다.
소현세자의 죽음은 극의 줄기를 이루는 큰 사건이다. 인조실록에는 소현세자의 죽음과 관련해 '마치 약물에 중독되어 죽은 사람 같았다'고 쓰여 있다. 온몸이 전부 검은빛이었으며 이목구비 일곱 구멍에서 모두 선혈이 흘러나왔다고도 기록돼 있다. '올빼미'의 이야기는 이 사료를 활용해 이야기를 구축했다. 인조, 소현세자(김성철), 강빈(조윤서) 등 실존 인물들도 등장하고 실제 역사 속에는 없는 캐릭터들도 활약한다. 역사적 사실 외에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 내용들까지 포함돼 있기에 더욱 흥미를 자극한다.
팩션 사극 tvN '슈룹'은 일찍이 안방극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난 13일 방송된 '슈룹' 10회 시청률은 수도권 가구 기준 평균 13.4%, 최고 14.6%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전국 가구 기준 시청률은 평균 12.3%, 최고 13.5%였다. 이 작품은 수도권과 전국 기준 모두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에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슈룹'은 자식들을 위해 기품 따윈 버리고 사고뭉치 왕자들을 위해 치열한 왕실 교육 전쟁에 뛰어든 중전 화령의 궁중 분투기를 담은 작품이다. 김혜수는 화령 역을 맡아 극을 이끄는 중이다. 그가 그리는 절절한 모성애와 진정한 어른의 모습은 안방극장에 깊은 울림을 선사하고 있다. 사극이기에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한복과 궁궐은 보는 즐거움을 더해왔다.
그러나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일부 네티즌들은 화령이 자신을 칭할 때 '본궁'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점, '물귀원주'라는 말이 중국어 자막으로 포기된 점 등을 지적했다. '올빼미' 역시 '슈룹'처럼 팩션 사극이라는 점에서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걱정을 자아내왔다.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도 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자 안태진 감독은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모두가 모를 거다. 다만 영화를 준비하고 공부하며 인조가 소현세자 가족을 미워했다는 맥락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상상으로 디테일을 채워나갔다"고 강조했다.
안 감독이 팩션의 장점인 흥미를 제대로 추구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지난 10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올빼미'는 긴장감 넘쳤고 맹인 침술사 경수가 어두운 곳에서 조금 볼 수 있다는 설정은 신선함을 더했다. '슈룹'은 왕자 역할을 맡은 일부 배우들이 연기력으로 비판받았으나 '올빼미'에는 이미 실력을 인정받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슈룹' 만큼, 혹은 그 이상의 파급력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유해진은 처음으로 왕 역할에 도전했지만 어색함이 없었고 류준열은 안정적으로 경수 캐릭터를 소화해냈다.
유해진 류준열이 '택시운전사' '봉오동 전투'에 이어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춰 탄생한 영화 '올빼미'에 많은 이들의 시선이 쏠려 있는 상황이다. '올빼미'의 주사위는 큰 관심 속에서 곧 던져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