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14일 디지털 자산 투자자 보호를 위한 민간·여당·정부 간담회를 열고 '코인 규제' 입법 속도전에 나섰다. 규제 마련을 미뤄온 사이 테라·루나 대폭락 사태, 가상화폐 거래소 FTX 파산 신청 등 부작용이 잇따르자 투자자 불안을 먼저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여권에선 특히 이번 제도 정비로 북한이 가상화폐 해킹으로 확보한 자금이 국내 거래소로 유입됐다는 의혹을 밝힐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에서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 제4차 민·당·정 간담회를 열고 '디지털 자산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안심 거래 환경 조성' 방안을 논의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FTX발 불안 요소로 다시 한번 국내 디지털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질 우려가 있어 더욱 꼼꼼한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 디지털자산특위 위원장인 윤창현 의원은 FTX 사태에 대해 "정상적으로 모든 법·제도를 갖춘 상태에서 (거래소가) 컸으면 이런 일이 덜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간담회에선 투자자 보호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다. 민간 측 전문가 발표를 맡은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조속한 입법을 촉구하며 △디지털 자산 당국 인력·예산 확충 △금융위 산하 디지털 자산 전담 위원회 신설 △한국거래소형 자율적 시장 감시 시스템 등을 고려해달라고 했다. 빗썸의 이재원 대표는 가상화폐 거래소 전산시스템 안정성에 대해 발표하며 "재해복구 매뉴얼 개선, 주기적 재해복구 훈련 등을 통해 사고 상황에 대한 적시 대응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윤 의원은 지난달 31일 '디지털 자산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안심거래 환경 조성을 위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의 핵심은 △사업자에 대한 예치금 보험 및 준비금 의무화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및 상시 감시·신고 의무 부과 등이다. 특히 △금융위원회에 거래소 감독·검사 권한 부여 △디지털자산위원회 신설 및 불공정거래에 대한 압수수색 권한 부여 등 사실상의 강제 수사권을 부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여당과 정부가 속도전에 나선 배경을 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대북 코인' 의혹과 연결지어 보는 시선도 있다. 이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지원한 아태평화교류협회가 이더리움 기반 대북 코인을 발행한 것으로 알려졌고, 쌍방울그룹이 가상자산을 자금세탁에 활용했다는 의혹도 있어서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대장동 '그 분' 의혹에서 대북 송금 스캔들의 '그 분'이란 말까지 나온다"고 가세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북한이 해킹 집단 '자라루스' 등을 통해 1조7,000억 원 상당의 비트코인·이더리움을 탈취했고, 이를 핵·미사일 개발 자금으로 전용하는 과정에서 국내 거래소를 활용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북한 해킹 그룹의 전자 지갑에서 4년 동안 5,246만 달러(약 740억 원) 상당의 가상자산이 국내 거래소로 유입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금융감독 당국이 가상자산 연루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는 국내 은행의 72억 달러 상당의 외화송금과 관련성도 거론되고 있다. 여권 한 관계자는 "현행 법상으론 금융감독당국이 암호화폐 관련 강제 수사권이 없다"며 "법 개정이 이뤄진다면 제기된 의혹의 사실 여부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