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내 '후자'로 불려왔던 LG이노텍과 LGCNS가 세계적 경기 침체 상황에서도 돋보이는 성적을 거뒀다. 서울역, 여의도, 상암동 등을 전전하던 두 기업은 2017년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마련한 새 터전에 자리 잡은 이후 그룹 내에서 아무도 무시하지 못할 존재로 성장하고 있다.
①LGCNS는 14일 2022년 3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 증가한 1조1,677억 원, 영업이익은 6% 늘어난 953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6일 실적을 발표한 ②LG이노텍은 3분기 매출 5조3,874억 원, 영업이익 4,448억 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1.9%, 영업이익은 32.5% 증가했다. 두 회사 모두 3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다.
반면 전자계열사의 맏형인 LG전자는 올 3분기 가전 수요 부진 영향으로 부진한 실적을 냈다. LG전자의 3분기 실적은 매출 21조1,768억 원, 영업이익 7,466억 원.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4.1% 증가한 것으로 역대 분기 최고 기록이고, 영업이익도 지난해와 비교해 25.1%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 LG전자 실적에 미국 GM 전기차 리콜 충당금(4,800억 원)이 포함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역성장이란 분석이 나온다. 충당금을 빼면 2021년 3분기 LG전자의 영업이익은 1조2,000억 원이었다. 올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대비 4,500억 원가량 줄어든 셈이다.
게다가 LG전자의 성적엔 계열사 LG이노텍의 성과가 포함됐다. LG전자 가전, TV 등 4개 사업 본부가 거둔 영업이익은 2,546억 원이다. LG이노텍의 실적 대비 57%에 그쳤다.
두 회사가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둔 배경엔 '마곡 효과'가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이노텍은 2017년에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 차세대 소재·부품을 개발하는 마곡연구개발(R&D)캠퍼스를 구축한 데 이어 2019년에는 본사도 이전했다. 그동안 흩어져 있던 조직을 한데 모으면서 사업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부서끼리 협업도 쉽고 빨라졌다. LGCNS도 2017년 여의도와 상암동에 있던 조직을 마곡으로 옮겼다.
LG그룹 및 LG전자 본사가 있는 여의도 쌍둥이 빌딩과 거리가 멀어진 만큼 형 눈치도 덜 보게 됐다. 카메라 모듈을 주로 만드는 LG이노텍은 일찍부터 애플을 주요 고객사로 삼으면서 계열사 매출 비중을 한 자릿수대까지 줄였다. 정보통신(IT) 서비스 기업인 LGCNS는 LG그룹의 클라우드 사업을 맡으면서도 인공지능(AI), 디지털전환(DX), 스마트 물류 등 외부 사업을 강화하면서 내부 거래 비중을 60%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두 기업 모두 임직원 평균 급여를 10% 인상하면서 인재 유치에도 적극 나섰다. 이는 LG전자의 임금 상승률인 8.2%까지 뛰어넘은 수치다. 게다가 LGCNS는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이 1억 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LG전자(9,700만 원)를 제쳤다. 신입사원 초봉도 5,000만 원으로 LG전자 초봉(4,900만 원)을 넘었다. 이에 '형님을 뛰어넘은 동생들'이란 말까지 나왔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만 해도 삼성전자가 연봉 협상을 마쳐야 나머지 계열사도 그에 따라 적절히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진다"며 "이노텍이나 CNS도 여의도에 사옥이 있었다면 그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