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공조 한목소리 낸 한미일 정상 연쇄 회담

입력
2022.11.1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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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및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동남아를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미·한미일·한일 순으로 연쇄 정상회담을 갖고 대북 안보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1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첫 대면 회담에서 북한의 도발을 멈출 '건설적 역할'을 촉구하기로 한 것과 맞물려, 한미일 정상이 다자외교 무대에서 한목소리로 대북 공조를 천명한 것이다.

한미일 정상은 북한 미사일 정보를 실시간 공유할 의향이 있음을 확인하고 3국간 경제안보대화체 신설에 합의했다. 여기에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 공약 재확인 등 다른 협의 결과를 담아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한미 정상은 연합방위태세를 유지·강화하기로 했다. 한일 정상은 최근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규탄하는 한편, 양국의 갈등 현안인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계속 협의하기로 했다. 양국 정상간 정식 회담은 거의 3년 만이다. 세 정상은 이날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도 단호한 대북 대응을 국제사회에 요청했다.

한미일 공조가 중국의 대북 정책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앞서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북한이 계속 이런 길을 걸으면 지역에 미 군사력을 더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낼 거라고 예고했다. 북한이 7차 핵실험 등 추가 도발을 강행하도록 중국이 방치한다면 전략자산 전개 확대 등 중국에도 위협적 군사 조치가 이뤄질 것임을 경고한 것이다.

윤 대통령의 3각 공조 외교는 북한 문제에 대한 주목도를 높여 미중 간 전략 대결의 주요 현안으로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성과가 있다. 다만 미국의 중국 견제 기조에 과도하게 보조를 맞췄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에 공개된 '한국형 인도-태평양 전략'은 다분히 미국의 대중 견제 정책과 겹치고 리커창 중국 총리와는 회담이 아닌 환담만 가졌다. 남북관계, 경제교역 등으로 세심한 대중관계 관리가 필요한 우리 입장에선 유념할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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