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를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은 우리의 생존과 번영에 직결된다"며 "아세안을 비롯한 주요국과의 연대와 협력을 통해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서 이같이 밝히며 '윤석열 정부의 인태전략' 밑그림을 참가국 정상들에게 소개했다. 윤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은 취임 후 처음으로, 이날 회의가 아세안 외교의 데뷔 무대인 셈이다.
윤 대통령은 "보편적 가치에 기초한 규칙 기반의 국제질서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역내 국가들이 서로의 권익을 존중하고 공동 이익을 모색해 나가는 조화로운 역내 질서를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은 결코 용인되어선 안 될 것"이라며 "규칙에 기반해 분쟁과 무력 충돌을 방지하고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원칙이 지켜지도록 적극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은 인태 지역 등에서 중국을 견제할 때 미국과 일본이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다. 윤 대통령이 중국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남중국해에서 세력을 확장하면서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아세안 국가들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역내 국가들과 핵 비확산, 대테러, 해양・사이버・보건 안보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개방적이고 공정한 경제질서를 통해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공급망의 회복력을 높임으로써 경제 안보를 강화하고 협력적, 포용적 경제・기술 생태계를 조성해 공동 번영을 달성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 디지털 격차, 보건과 같은 분야에서 적극적인 기여 외교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가 추진해 나가고자 하는 인태전략은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의 관점'과 많은 부분이 일치한다"며 가장 중요한 협력 파트너 중 하나로 아세안을 꼽았다.
인태전략 추진을 위한 '한·아세안 연대 구상'도 제시했다. 한·아세안 외교당국 간 전략대화 활성화와 국방장관회의 정례화를 제안했다.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에 디지털 통상 협력을 포함시키는 등 경제 분야 협력 강화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속도 및 규모를 감안할 때 북핵 문제는 국제사회에 대한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이라고 규정하고 "북한이 평화와 공존의 길을 택할 수 있도록 아세안이 함께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프놈펜에서 훈센 캄보디아 총리와 한·캄보디아 정상회담,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와 한·태국 정상회담을 각각 열어 아세안 정상들과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