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1시 55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골목. 13일간 일반인의 통행을 금했던 ‘폴리스 라인(경찰통제선)’이 치워졌다. 지난달 29일 밤 157명의 목숨을 앗아간 비극의 현장이다.
이날 오전부터 경찰관들은 골목을 청소하면서 구석구석을 꼼꼼하게 살폈다. 여러 번 현장 감식을 하고 점검도 했지만, 혹시 놓쳤을지 모를 유실물을 마지막으로 찾기 위해서였다.
폴리스 라인이 걷힌 골목 안의 시간은 멈춰 있었다. 불 꺼진 가게들을 제외하면 2주 전 그대로였다. 핼러윈을 기념한 장식물이 해밀톤호텔 옆 벽에 붙어 있었고, 가게 앞엔 호박 모형과 드럼통 장식물도 보였다.
길이 45m에 폭 4m가 채 안 되는 아비규환의 현장은 좁고 짧았다. 이태원역 쪽에서 골목에 들어서 몇 걸음 걷자 약간 가팔라지는 구간이 나왔다. 성인 4, 5명이 겨우 지나갈 정도였다. 대부분의 희생자들이 여기서 숨이 끊어졌다.
다 치웠다고 하지만 참사의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골목 가게 입구는 수많은 신발 자국으로 도배가 됐고, 미처 치우지 못한 술병과 쓰레기도 바닥에 나뒹굴었다. 골목 중간에 있는 한 음식점의 금속 간판은 절반가량 뜯긴 채 벽에 간신히 매달려 있었다. 다른 가게 간판은 글자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훼손됐고, 외벽 역시 긁힌 자국이 선명했다.
참사 현장을 둘러본 시민들은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 고양시에서 남편과 함께 방문한 장모(61)씨는 “너무 가슴이 아린다. 이렇게 좁은 곳에서 그 많은 젊은이들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골목 안을 지그시 응시하던 20대 여성은 왈칵 눈물을 쏟기도 했다. 많은 이들이 바삐 주변을 지나다가도 잠시 멈춰 그날의 아픔을 떠올리는 듯했다.
추모 공간이 꾸려진 이태원역 1번 출구에도 애도의 발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출구 주위를 빼곡히 둘러싼 흰색 국화들 사이로 희생자들의 영면을 기원하는 추모 포스트잇이 가득했다.
이날 치료를 받던 부상자 한 명이 숨져 참사 희생자는 157명으로 늘었다. 용산구 원효로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유실물 센터’는 13일 오후 8시까지 운영된다. 이날 오전 10시까지 총 219명이 359점의 물건을 찾아갔다. 아직 주인을 만나지 못한 유류품 714점은 용산경찰서 문서고로 옮겨진다. 나중에라도 용산서에 오면 물품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