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우산과 특화거리...골목경제 어떻게 살리나 봤더니

입력
2022.11.1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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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골목경제 회복지원 사업 우수 사례 공모 심사 
서울 관악구 울산 남구 등 7개 지자체 우수 사례 공유
지역 고유 자원 활용으로 각양각색 골목 가치 높여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율은 2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5위다. 음식점이나 미용실 같은 영세한 골목상권 자영업자가 대부분이다. 골목상권을 두고 ‘지역경제의 모세혈관’이라고 일컫는다. 골목상권이 무너지면 지역경제의 근간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11일 한국일보와 행정안전부가 주최한 ‘2022 대한민국 지방자치 경영혁신 엑스포’ 부대행사로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린 '골목경제 지원사업 우수사례 공모 심사'에서는 지역의 특색 있는 자원을 활용해 골목의 가치를 높인 7개 지자체들의 성과가 공유됐다. 행안부는 2015년부터 골목경제 회복지원 사업을 통해 상권 내 각종 문제를 주민과 상인 등 골목공동체 스스로 해결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끈 건 서울 관악구의 생활상권 육성사업이다. 낙후된 동네 가게들이 공유우산과 신발살균 건조기, 휴대전화 사진 인화기 등 주민생활 편의 서비스를 제공해 상권 방문을 유도하는 프로그램을 지원했다. 축제와 이벤트, 라이브커머스 등 다양한 행사로 상권 이용을 촉진하고, 생활상권 소식지 ‘우리동네사람들’을 운영했다. 상인 스스로 골목상권 발전 과제를 발굴해 시행하는 노력도 돋보였다. 사업 시행 이후 과거 서울에서도 대표적 달동네로 꼽히는 난곡동 일대 점포는 월 평균 매출액이 378만 원에서 474만 원으로 전년 대비 96만 원, 대학동은 380만 원에서 610만 원으로 230만 원 상승하는 성과를 냈다.

울산 남구는 ‘공업탑 1967 특화거리’ 조성 사업으로 낙후된 골목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켜 주목을 받았다. 공업탑은 울산이 1962년 특정공업지역으로 지정된 것을 기념해 1967년 조성한 조형물이다. 울산을 상징하는 일종의 ‘랜드마크’다. 울산 시민들에게는 한때 단골 소풍장소로 향수가 깃든 곳이다. 남구는 이점에 주목해 울산여고 일원 451m 구간을 레트로 감성을 입힌 특화거리로 꾸몄다.

서울신용보증재단 상권지원센터는 코로나19로 집 주변에서 여가와 소비를 즐기는 이른바 ‘로컬콘텐츠 소비자’가 증가하는 추세에 맞춰 ‘서울시 로컬브랜드 상권 육성사업’을 추진했다. 잠재력 상권을 발굴하기 위한 평가 지표를 개발하고, 상권별 소비자 니즈를 조사해 중구는 장춘단길, 마포구는 합마르뜨, 서초구는 양재천길과 같은 각양각색의 골목길을 조성했다.

전국에서 최초로 골목상권 기반조성 및 조직화 등 단계적 지원으로 지속성을 공유한 대구시도 눈길을 끌었다. 강원 정선군은 연간 100만 명이 다녀가는 민둥산 억새를 활용해 자연감성마을을 조성하고, 마을 정체성을 담은 브랜드와 캐릭터 상품, 메뉴 등을 개발해 점포 공실률 제로를 자랑했다. 광주시 동구는 85년 역사를 간직한 광주극장 옆 골목길을 ‘영화가 흐르는 골목’으로 조성해 예술 골목으로 재탄생시켜 방문객이 56%나 증가하는 성과를 보였다. 전북 전주시는 골목상권 드림축제 개최, 자체 밀키트 제작 및 상품화, 셰프 활용 레시피 개발 등으로 상권의 자생력을 강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날 오전에 진행된 ‘지방규제혁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는 기업애로 해소와 지역경제 활력에 기여한 94건 지자체의 사례가 경연을 펼쳐, 경기 안양시와 강원도가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안양시는 병원에서 발생하는 의료폐기물을 원거리 소각시설로 보내지 않고 병원 내에 자체 설치한 멸균분쇄시설을 이용해 처리할 수 있도록 개선해, 의료폐기물 처리비용 연 1,685억 원을 절감했다. 강원도는 100% 수입에만 의존하던 대서양 연어를 국내 양식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개선했다. 경진대회 수상 자치단체에는 시상 등급에 따라 총 11억 원 규모의 재정 인센티브가 차등 지급된다.

부산= 박은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