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몸통' 김봉현, 재판 직전 전자팔찌 끊고 도주... 법원, 뒤늦게 보석 취소

입력
2022.11.11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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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팔찌 착용 전제로 불구속 재판 받아와 
검찰, '중국 밀항' 이유로 구속 필요성 주장
법원 "증거인멸 우려 없다" 거듭 영장 기각

1조6,000억 원대 피해를 낸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11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다가 전자팔찌를 끊고 도주했다. 그간 검찰은 김 전 회장의 밀항 가능성을 이유로 구속과 보석 취소를 법원에 강하게 요구했다. 일각에선 공범인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이 전날 징역 20년이 확정된 것이 도주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서울남부지검은 이날 “오후 1시 30분쯤 김 전 회장이 경기 하남시 팔당대교 부근에서 전자팔찌를 끊고 도주했다”고 밝혔다. 그의 결심공판은 이날 오후 3시 서울남부지법에서 예정돼 있었다.

경찰은 경기 하남경찰서 직원 20여 명을 투입해 김 전 회장이 사라진 팔당대교 인근의 폐쇄회로(CC) TV를 확보하고, 일대를 수색했다. 아직까지 도주 경로를 파악할 만한 단서는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라임 사태 주범인 김 전 회장은 2020년 4월 수원여객 회삿돈 241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됐다. 2019년 12월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그는 도피 행각을 지속하다가 5개월 만에 붙잡혔다.

2020년 12월 김 전 회장은 과거 도주 이력을 고려해 전자팔찌 착용을 조건으로 풀려나는 ‘전자보석’을 신청했으나, 재판부는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기각했다. 그는 2021년 5월 한 차례 더 전자보석을 신청했고, 법원은 전자장치 부착, 주거 제한, 보증금 3억 원, 참고인ㆍ증인 접촉 금지, 실시간 위치 추적 등을 조건으로 인용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에 대한 추가 수사를 통해 올해 9월 90억 원 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1년 넘는 기간 보석 조건을 위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서울남부지검은 한 달 뒤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했다. 김 전 회장이 중국으로 밀항을 기획했다는 관련자 진술을 토대로 구속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번에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열린 재판에서 밀항 우려를 내세워 거듭 보석 취소를 청구했다. 서울남부지법은 이날 김 전 회장 도주 후 보석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서울남부지검은 도주한 김 전 회장에 대해 이날 지명수배 명령을 내리고 전국 경찰에 수배 협조를 요청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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