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조사는 이재명 구하기"… 국민의힘 반발에 담긴 고민은

입력
2022.11.10 19:00
정진석 "민주당, 대장동 '그분' 지키기 위해 정치 쟁점화"

국민의힘은 10일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에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수사 결과에 따라 국정조사를 검토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었지만, 이날 국회 본회의에 국정조사 요구서가 보고되자 민주당의 '이재명 구하기'로 규정해 역공에 나섰다.

국정조사 요구서는 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 3당이 전날 공동으로 제출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본회의에 앞서 의원총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주당에서 이번 이태원 사고를 어떻게 해서든 정치 쟁점화해서 확대 재생산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며 "사법리스크, 검찰 수사가 구체적으로 나오면 결국 대장동 '그분'을 지키기 위해 모든 정치 이슈를 방탄하는 데 모으는 것 아니겠나"라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앞서 비대위 회의에서도 "국정조사는 의회주의를 볼모로 한 이재명 살리기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의총에서 "진상은 경찰 특별수사본부의 강제력을 동원한 수사로 밝힐 수 있고 국정조사 방식은 강제력이 없어서 정쟁과 호통만 있을 것"이라며 "사회적 참사를 다루는 대한민국의 이런 방식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막을 수는 없었다. 본회의 보고에 따라 국회의장은 교섭단체 대표와 협의해 조사를 실시할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거나 상임위원회를 지정할 수 있다. 이후 국정조사특위가 조사 계획서를 제출, 본회의에서 승인되면 국정조사가 시작된다.

야 3당은 국민의힘이 참여하지 않을 경우 오는 24일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계획서 채택을 밀어붙일 방침이다. 주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을 만나 '국정조사 특위 구성 논의에 참여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현재 입장은 그렇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소야대' 구도 속에서 야당이 강행하려는 국정조사를 국민의힘이 물리적으로 막을 도리가 없다. 또한 국정조사 주도권을 뺏길 경우 정부와 여당에 대한 책임이 가중될 수도 있다.

이에 '현실적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정조사를 피할 수 없다면 민주당과 조사범위와 대상, 기간 등을 협상해 파장을 줄이는 '방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경찰 수사를 국민이 안 믿는다. 최종 수사 발표는 특검이 하게끔 해야 신뢰도가 올라간다"면서 "특검 협상을 먼저 끝내고 바로 국정조사 협상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