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11~16일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에 MBC 취재진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한 것을 두고 여야가 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치졸한 언론 탄압"이라며 강하게 비판한 반면, 국민의힘은 "취재 거부의 자유도 있다"고 윤 대통령을 엄호했다. 다만 국민의힘에서도 대통령실의 이번 조치가 부적절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10일 "자신이 비속어를 내뱉어 평지풍파를 일으켰으면서 반성은커녕 순방 전용기에 보도 언론사의 탑승을 치졸하게 불허하는 '뒤끝 작렬' 소인배 같은 보복 행위마저 이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의 미국 순방 중 '비속어 논란'을 첫 보도한 MBC를 겨냥한 보복 조치라는 것이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전용기 탑승 불허는 언론 탄압이고, 언론 길들이기"라고 지적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언론인에게도 책임의식이 있어야 한다. 책임을 다하지 못할 때 다른 언론과 국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언론 통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대통령실을 옹호했다.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은 "취재의 자유가 있다면 취재 거부의 자유도 있다"고 주장했고, MBC 아나운서 출신 배현진 의원은 "취재 자체를 불허한 것이 아니고 전용기 탑승만 제공 않겠다는 것이니 순방 취재에 큰 어려움은 없으리라 생각한다"며 "언론 통제라고 하기엔 MBC도 궁색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설전이 이어졌다.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전용기는 취재 편의가 아닌 취재 현장"이라며 "이 문제는 취재 현장 봉쇄이자 언론 자유 탄압"이라고 했다. 과방위 소속 민주당 위원들은 회의 후 "대통령이 듣기 싫은 소리를 했다고 대통령 마음대로 특정 언론사를 배제하고 왕따시키면 못쓴다"고 비판했다. 이에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MBC를 언론으로 규정하는 것이 맞느냐"며 "취재 거부는 취재를 받는 상대방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다만 여권에서도 대통령실의 결정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태경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대통령실에서 발표를 하기 전에 '전용기 탑승 자격 조건으로 외교·안보 등과 관련해 오보를 한 언론사는 후순위로 하겠다'는 원칙을 정한 뒤에 적용했어야 한다"며 "이걸 갑자기 발표하면 '그냥 보복? 기분 나빠서 저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모양새가 좀 빠진다"고 지적했다. 이언주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특정 언론이 대통령에 우호적이지 않다고 공적 업무에 대한 취재의 자유, 정보접근권을 자의적으로 차별하면 그것은 공사를 구별하지 못하고 권력을 사유화한 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이나 여당이나 다들 왜 입 다물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총리가 국외를 순방하는 경우에도 국익 침해 언론사에 대해 탑승을 불허할 방침인가'라는 질의에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의견을 보류하겠다"며 신중론을 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