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 동남아 순방에 MBC 취재진의 전용기 탑승을 배제한 것을 두고 '언론 통제' 논란이 거센 가운데 과거 권력의 언론 취재 제약을 둘러싼 갈등 사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권마다 권력과 언론의 긴장은 늘 존재했다. 정권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온 언론일수록 대립각은 더했다. 민주화 이후에도 불리한 보도 내용을 과잉으로 문제 삼거나, 특정 언론사에 대한 권력의 취재 거부나 제약을 가한 사례가 드물지 않다.
대통령과 언론의 대립이 극심했던 사례로는 2007년 참여정부가 추진한 '취재지원시스템선진화방안'이 꼽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대담, 기자회견, 생방송 토론회 등 언론과의 소통에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출입처 기자단 중심으로 돌아가는 폐쇄적인 취재 시스템으로 언론이 또 다른 권력으로 군림하고 있다는 게 노 전 대통령의 인식이었다.
결국 정권 마지막 해인 2007년 노 전 대통령은 "기자들이 기자실에 죽치고 앉아 담합하며 기사 흐름을 주고 있다"고 작심 발언한 뒤 출입기자 제도를 없애고 기자실 통폐합을 추진했다. 이른바 기자실 대못질 사건이다.
반발은 거셌다. 언론들은 진보 보수 매체 가리지 않고 언론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취재 통제를 비판했다. 거의 모든 언론이 등을 돌렸고 참여정부와 언론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여의도의 취재 거부 사례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표적이다. 홍 시장은 2017년 자유한국당 대표 시절, 자신을 둘러싼 성희롱 의혹 보도를 낸 종편방송사 MBN 취재진에 대해 당사 출입을 전면 금지시켰다. 당 소속 의원 및 당직자들에겐 취재 거부, 당원들에겐 MBN 시청 거부를 독려하는 지침까지 내렸다.
예나 지금이나 특정 정당이 특정 언론사에 대해 전면적인 출입금지, 취재 거부 조치를 내린 것은 극히 드문 일이었다. 하지만 홍 대표는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한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홍 대표가 당사에서 열린 회의에서 MBN 취재 카메라를 발견하자 "MBN은 오늘부로 출입금지다. 철수하세요. 앞으로 당사 출입도 못 해요. 이제 안 되겠어"라고 발언한 장면도 회자됐다.
당시 MBN 출입기자는 이 같은 조치에 반발해 "기사 하나에 대해서만 문제를 제기해야지, 왜 언론사 전체를 가짜뉴스라고 모독하느냐. 한국당을 출입하는 모든 언론을 길들이는 조치"라고 거세게 항의했다. MBN은 문제가 된 기사에 대해 "내용을 제목으로 줄이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법적 실수였다"며 정정보도문을 내며 사태는 일단락됐다.
홍 시장은 경남지사 시절에도 한 지역방송사의 보도가 편향·왜곡됐다며 도청 출입을 불허하며 기자실에서 해당 방송사의 부스를 1년여간 철수시켰다. 그는 10일 "취재 자유가 있다면 취재 거부의 자유도 있다"며 대통령실의 결정을 옹호하는 글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취재진 교체를 둘러싼 논란도 없지는 않다.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18년 10월 남북고위급 회담 당시 벌어진 논란이 대표적이다. 당시 통일부가 조선일보의 탈북민 출신 기자의 취재를 불허하며 논란이 일었다. 해당 기자는 통일부 기자단을 대표해 취재하는 풀(POOL)기자였다. 통일부는 전날 해당 기자의 교체를 요구한 데 이어 받아들여지지 않자, 회담 당일 일방적으로 제외시켰다. "북측의 요구는 없었고, 특수 상황에서의 조치"라는 정부의 해명은 논란을 증폭시켰다.
북한이 과거 입맛에 맞지 않는 우리 측 취재진의 방북을 불허한 경우는 있었지만, 우리 지역에서 열리는 남북회담에 우리 정부가 먼저 특정 기자를 콕 찍어 배제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통일부 기자단은 당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성명을 내며 반발했고, 한국기자협회도 "부처의 이해관계에 따라 특정 기자를 배제하는 것은 심각한 언론자유의 침해가 아닐 수 없다"고 규탄했다. 국제언론인협회(IPI)도 "언론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라 비판하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MBC 아나운서 출신인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당시 사례를 거론하며 "북한의 선(先)요구도 없었으므로 당시 문재인 정부가 알아서 북한 눈치를 보고 강행한 일이냐는 비판이 거셌다"며 "이런 경우가 취재 배제고 명백한 언론통제"라고 주장했다.
정반대의 사례도 있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한은 조선일보와 KBS의 입국을 허용할 수 없다며 김대중 정부를 막판까지 압박했다. 하지만 DJ는 대통령 전용기에 모든 기자를 태우라고 지시했고, 두 매체 기자도 평양에 도착해 무사히 취재를 마쳤다.
DJ는 회고록에서 "남한은 민주국가다. 민주국가에서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정상회담을 하는 것 자체가 서로의 체제를 인정하는 것이고, 누가 수행취재를 가느냐는 우리가 결정하는 것이다. 취재기자 선별까지 양보하면서 정상회담을 할 필요는 없다"고 적었다. 어렵사리 성사된 남북정상회담을 포기하더라도 언론 자유에 대한 신념을 피력한 DJ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