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근 경찰청장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진상 규명과 사고 수습이 끝나기 전까지 사의를 표명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본인도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수사 대상인 만큼, 참사와 관련한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 뒤 자리에서 내려올지 말지를 정하겠다는 것이다.
윤 청장은 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인파 관리 대책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를 마친 후 “많은 분들이 저의 거취를 묻는데, 지금 거취를 표명하고 자리를 피하는 건 비겁한 일”이라고 밝혔다. 일각의 조기 사퇴 압박 여론에 확실하게 선을 그은 것이다.
윤 청장은 직을 유지하겠다는 선택이 오히려 사고의 책임을 지는 ‘어려운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온갖 비난에도 자리를 지키고 진상을 규명하며 대책을 마련해 국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게 제 역할”이라면서 “저는 어려운 길을 택했고, 이런 상황이 마무리되면 그때 맞게 처신하겠다”고 말했다.
윤 청장은 지난달 29일 참사 당일 충북 제천에서 등산, 캠핑 등 개인 일정을 소화했고, 사고 발생 2시간이 지난 이튿날 새벽에서야 상황을 인지해 늑장 대응 비판에 직면했다.
특수본은 전날 윤 청장의 휴대폰 등을 압수해 당일 행적을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 그는 아직 참고인 신분이지만, 수사를 통해 직무유기 등의 정황이 드러나면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윤 청장은 취재진이 입건 가능성을 묻자 “수사 방향을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즉답을 피했다.
특수본을 독립적 기구로 만들어 놓고도, 수사상황을 보고 받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국회 질의 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 사용한 표현으로, 수사 관련 일체 지휘나 보고를 받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앞서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등 상임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윤 청장은 “특수본 수사 상황을 보고 받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논란이 커지자 그는 뒤늦게 발언을 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