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웨이브'는 피했지만... 하원 뺏긴 바이든 앞날은 가시밭길

입력
2022.11.09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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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고전 예상 뒤집고 상·하원 선거 선전
공화 하원 장악에 바이든 정책 추진 난항


“상원과 하원 선거에서 모두 지면 남은 대통령 임기 2년은 끔찍할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1ㆍ8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한 행사에서 이렇게 토로했다고 미 CNN방송은 전했다. 미국을 덮친 최악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다 경기 침체가 겹친 분위기 속에 그는 민주당의 참패를 걱정했다.

실제 선거 직전까지도 "공화당이 하원에서 압승하고 상원도 가져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개표 상황은 달랐다.

공화 '경제 실정' 공세 안 먹혔다

8일(현지시간) 저녁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될 때까지는 경제 실정 심판론에 힘입은 공화당의 낙승이 무난해 보였다. CNN은 출구조사 응답자의 46%가 "가계의 경제 사정이 2년 전보다 나빠졌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좋아졌다"는 답변은 18%에 그쳤다. 투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변수도 인플레이션(32%)이 꼽혔다.

미 ABC방송 역시 "인플레이션에 잘 대응할 정당은 공화당"(52%)이라는 답변이 "민주당"(44%)보다 많았다고 전했다.

중간선거가 역대 현직 대통령의 정치적 무덤이었던 데다 경제난까지 겹치면서 민주당으로선 유리한 요소가 없는 선거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 역시 최근 들어 30%대까지 떨어지면서 민주당은 반전의 계기를 잡지 못했다.


민주, 상원 최소 48석 확보 선전

그러나 투표함 뚜껑을 열자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민주당 강세 지역인 북동부를 중심으로 후보들의 선전이 이어졌다. 최대 접전지역인 펜실베이니아에서도 9일 오전 1시가 넘어가면서 존 페터만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가 메메트 오즈 공화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을 확정 지었다.

상원 선거에선 9일 오전 11시 기준 민주당이 무소속 2석을 포함한 48석을, 공화당 역시 48석을 확보하며 접전이 이어졌다. 하원 선거에선 공화당이 201석, 민주당이 182석을 차지하며 공화당 우세로 흘렀다.


최대 관심 지역인 조지아주 상원의원 선거의 경우 민주당 라파엘 워녹 의원이 49.2%를 득표해 48.7%를 얻는 데 그친 허셜 워커 공화당 후보를 앞서고 있다. 다만 조지아에선 50% 이상 득표자가 없으면 1, 2위 후보가 결선 투표를 치러야 해 다음달 6일 양자 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어느 당이 상원을 장악하느냐도 이 때 결정될 전망이다.

차기 하원의장이 유력한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우리가 승리했다”라고 선언했지만 애초 기대(하원 230석 안팎 확보)에는 미치지 못했다. 공화당의 압승을 뜻하는 '레드 웨이브'(Red wave·빨간 물결·빨강은 공화당 상징색)가 일지 않았다는 게 지배적 평가이다.

공화당의 의회 장악을 우려한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 임신중지권(낙태) 이슈의 표 응집력, 풀뿌리 민주당 선거운동 조직의 활약이 선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원 승리 공화, "바이든 가족 조사" 예고 주목

내년 1월 새 의회가 출범하면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과 바이든 행정부의 대립은 불가피하다. 공화당은 의회 다수당이 되면 바이든 대통령과 가족을 조사할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또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기업 증세, 기후변화 방지 관련 법률을 폐기하거나 뒤집겠다고 밝혔다. 매카시 원내대표가 말한 대로 미국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도 축소될 수 있다.

이에 맞서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정책 보호를 위해 의회 통과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또 내년 초 집권 후반기를 맞아 개각과 백악관 참모진 개편으로 분위기를 쇄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가 2024년 대선에 재도전할지 여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출마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