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9일 코로나19 7차 대유행을 공식화하며 '12월 20만 명 이상 확진 수준에서 정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인플루엔자(독감)가 동시 유행하는 '트윈데믹' 가능성이 높다며 예의주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유심히 살피겠다"는 말뿐 이렇다 할 방역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7차 대유행 역시 개인 방역 수칙 준수와 백신 추가접종 등 '자율 방역'에 기대는 모습이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겨울철 유행 기간 확진자 수는 최대 18만 명, 정점 주간 일평균 13만 명이었던 여름철 유행(6차 대유행) 수준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6만2,472명으로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6만 명대를 기록했다. 9월 15일(7만1,444명) 이후 55일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질병청은 "7차 유행이라고 불러도 괜찮은 상황"이라며 7차 대유행을 인정했다.
다만 새 변이 유입에 따라 정점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해외에서 확산하는 BQ.1.1, BF.7의 11월 1주 검출률은 각각 2.2%, 1.6%로 아직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해외 유입이 늘고 있어 12월에 우세종이 될 수도 있다. 백 청장은 "국내 발생률은 높지 않지만 해외 유입 사례에서 검출률은 2, 3배 이상 높다"며 "프랑스·미국 등에서 빠르게 확산해 향후 우세종이 될 수 있어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플루엔자(독감) 환자도 늘면서 코로나19와 동시 유행하는 트윈데믹 우려도 커졌다. 44주차(10월 23~29일) 독감 의사환자 분율(외래환자 1,000명당 의심 증상을 보이는 환자 수)은 9.3명으로 전주보다 22.4% 증가했다.
그러나 정부는 별다른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 관리를 강화하겠다' 수준의 메시지만 있을 뿐, 구체적인 방역 조치는 없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2차장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중대본 회의에서 "현행 의료시스템 안에서 호흡기 감염병에 대한 동시 대응이 가능하도록 관리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강화 방안에 대한 설명은 생략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달 28일 7차 대유행 대비를 위한 '슬기로운 환기 지침'을 이달 안에 배포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7차 대유행을 공식화한 이날까지 추가 설명은 없었다.
백신 추가접종률이 9%(18~59세 0.3%)로 저조하지만, 고위공직자가 접종하는 모습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 백 청장은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등 이 접종할 계획은 없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최근 국회 일정과 중요 사안 등으로 접종 일정을 확정하지 못한 분이 많을 것"이라며 "질병청은 국회 일정이 정리되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대신 6차 대유행처럼 개인이 스스로 감염 예방에 신경 쓰는 자율 방역을 강조했다. 백 청장은 "국민이 방역 수칙을 준수하고 백신 추가접종에 얼마나 참여하느냐에 따라 (유행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