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이준석 내정한 13개 당협위원장 '제로 베이스'서 재선출...비윤계 반발 예상

입력
2022.11.09 18:30
허은아·정미경 등 이준석계 당협 다수 포함
'이준석 솎아내기' 해석....허 의원, 당장 반발
친윤계와 비대위의 '자기 사람 심기' 논란도

국민의힘이 9일 서울 동대문을·경기 성남분당을 등 이준석 전 대표 재임 시 내정된 전국 13곳 당원협의회 위원장에 대한 추가 공모를 공식화하면서 당내 반발이 일고 있다. 당은 전체 당협위원장의 3분의 1가량이 공석인 만큼 재정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실상 재공모 대상이 된 당협에 이 전 대표 측과 가까운 인사가 다수 포함된 데다, 친윤석열계 및 당 비상대책위원회 측 인사들이 이번 재공모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윤계 솎아내기'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는 이날 사고 당협 66곳에 대한 공모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조직 정비에 돌입했다. 조강특위는 특히 이 전 대표 당시 내정한 전국 13곳 당협위원장 자리도 '제로 베이스'에서 심사키로 했다. 구체적으로 서울 동대문을, 인천 동구미추홀갑·서갑, 광주 서을, 대전 유성갑·유성을·대덕, 울산 북, 경기 수원정·성남분당을·안양동안을·고양병·시흥갑이 대상이다.

당내에서는 친이준석계 '솎아내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동대문을의 경우 이 전 대표 체제에서 당 수석대변인을 맡은 허은하 의원이, 분당을은 정미경 당시 최고위원이 내정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당장 허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동대문을에 내정됐고 이미 지역활동을 시작했다"며 "당의 공식적 절차를 거쳐서 결정돼 있는 일에 대해서 공당으로서의 신뢰를 스스로 뒤집는 일은 없을 것이라 믿는다"며 반발했다.

특히 친윤계와 비대위 관계자들이 공모 지역에 도전장을 낼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기 사람 심기'가 시작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대선 캠프에서 대외협력특보를 지낸 김경진 전 의원은 동대문을, 김종혁 비대위원은 경기 고양병 당협위원장 공모에 참여할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 비윤 인사들은 이번 사고 당협위원장 재정비를 '물갈이 인사'의 전초전으로 보는 분위기다. 비대위가 조만간 전국 당협을 상대로 당무감사도 실시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특히 당협위원장은 사실상 '공천 0순위'로 여겨지는 자리여서 반발의 강도가 세다.

조강특위 위원장을 맡은 김석기 사무총장은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김 사무총장은 "기존 절차가 진행된 것은 그대로 두면서도, 추가로 더 훌륭한 분이 없는지 (공모를) 받아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재공모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조강특위는 다만 이준석(서울 노원병) 전 대표, 김철근(서울 강서병) 전 당대표 정무실장, 김성원(경기 동두천·연천) 의원의 지역구는 공모 절차를 밟지 않기로 했다. 제외 이유는 이들의 징계 수위가 변동돼 해당 지역구가 사고 당협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조강특위는 10일부터 일주일간 논란이 된 13곳을 포함한 사고 당협 66곳에 대한 추가 공모를 실시한 뒤 17일부터 서류접수를 받을 예정이다. 이어 후보자 전원에 대해 면접을 실시할 계획이다. 김 사무총장은 "현지 실태조사나 여론 수렴 필요성이 있을 수 있어 당협 정비 완료 시점은 예상하기 어렵다"면서도 "당협위원장의 공석 상태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박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