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전 대통령 측 풍산개 반환... 여권 '사룟값 아끼려' 공세에 "저열한 프레임"

입력
2022.11.08 19:06
대구 경북대병원서 대통령기록관과 인수인계

문재인 전 대통령 측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선물한 풍산개 두 마리를 8일 정부에 인도했다.

문 전 대통령 측에 따르면, 양측은 이날 오후 대구 경북대병원 동물병원에서 만나 풍산개 ‘곰이’와 ‘송강’을 인수인계했다.

이는 문 전 대통령 측이 풍산개를 정부에 반환하겠다고 전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문 전 대통령 측은 퇴임 전 대통령기록관과 맺은 협약의 후속 조치인 시행령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풍산개 반환을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협약은 대통령기록관에 관리 시설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문 전 대통령에게 풍산개를 맡기는 대신 사육에 드는 예산을 문 전 대통령 측에 지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시행령 개정이 지연되는 배경에 대통령실이 있다고 추정한다. 이에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8일 오후 브리핑에서 “풍산개를 돌려보내겠다는 결정은 전적으로 문 전 대통령 측이 한 것이지 저희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여권 일각에서 문 전 대통령이 월 200만 원이 넘는다는 사룟값 부담 때문에 풍산개를 반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부인했다.

문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실은 동물병원비를 포함해 월 200만 원보다 훨씬 많은 돈이 들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대통령기록관에 비용을 청구해본 적이 없다"며 "그럼에도 사룟값 부담 때문이라고 공격하는 행태가 너무나 저열해 섭섭하고 슬프지만 조속한 반환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풍산개들은 일단 동물병원에서 건강 상태를 점검한 뒤 대통령기록관이 거처를 찾아 줄 예정이다.

풍산개 반환 문제는 이날 국정감사에서도 여야 공방의 주제로 등장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 대상 국정감사에서 "오죽하면 개 세 마리도 책임 못 지는 사람에게 나라를 맡겼냐 하는 한탄이 있다"며 "북측에서 선물받은 풍산개의 이미지를 활용하고, '견사구팽'시킨 것 아닌가 하는 지적도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대기 대통령실장과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을 상대로 "(전직) 대통령이 대통령기록물(풍산개)을 다시 반환하겠다고 하는 게 파양이냐. 사룟값이 모자라서 파양하겠다고 누가 했나"라고 따졌다.

장외에서도 전·현 정부 인사 간 설전이 오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 "개 3마리도 건사 못하면서 어떻게 대한민국을 5년이나 통치했나"라고 문 전 대통령을 직격했다.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새 대통령이 부탁하고, 관련 부처가 근거를 만들겠다고 하니 위탁을 승낙했다"며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사달의 원인은 윤 대통령의 허언이거나 정부의 못 지킨 약속"이라고 주장했다.


이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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