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력난이 심해지고 있는 반도체, 조선업 등 신산업 인력을 육성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기업들은 5년 후에도 인력 부족 현상이 이어진다고 예측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육성하겠다고 한 연구 분야 인력 외에도, 생산 시설에서 종사할 생산직무 인력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8일 공개한 '미래 신 주력 산업 인력수급상황 체감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조선(응답 기업의 52.2% '인력부족' 응답), 반도체(45.0%), 미래차(43.0%), 바이오·헬스(29.0%) 등의 업종 순으로 현재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답했다. 바이오·헬스를 제외한 4개 업종 기업 절반가량이 인력난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이 조사는 신 주력 산업으로 꼽힌 이들 4개 업종 기업 415개사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인력 부족 이유로는 조선(38.3%)과 반도체(46.7%)는 "고용 이후 잦은 이직·퇴직"이라고 했고, 미래차(44.2%)와 바이오·헬스(55.2%)는 "경력직 지원자 부족"을 가장 많이 꼽았다.
4개 업종 모두 현재 부족한 인력을 '생산직무'라고 답했다. 조선은 생산직무 인력이 부족하다고 응답한 비중이 96.6%, 미래차는 95.4%, 반도체는 65.4%, 바이오·헬스는 55.2%에 달했다.
핵심인력에 해당하는 '연구개발·설계·디자인은 반도체에서 37.8% 기업만 부족하다고 했고, 바이오·헬스(48.3%), 미래차(41.9%), 조선(29.6%) 등 모두 생산 직무에 비해 인력 부족 체감도가 떨어졌다.
문제는 5년 후에도 생산 직무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된다고 판단했다는 점이다. 조선은 88.3% 기업이 생산직이 부족하다고 전망했고, 미래차는 60.5%, 반도체는 46.7%가 생산직 인력난에 5년 후에도 각각 시달린다고 봤다. 바이오·헬스만 "현 시점에 판단이 어렵다"는 답(44.8%)이 가장 많았다.
반도체의 경우 정부가 앞으로 10년 동안 15만 명을 육성하겠다고 했지만, 상당수가 생산직이 아닌 연구개발 등의 핵심 인력 조성을 계획한 것이어서 기업들이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선업 역시 정부의 주요 인력난 해소 방안이 외국인력 확대 등 땜질식 처방이어서 생산직 부족 현상이 극심해진다고 본 것이다.
실제 연구개발·설계·디자인 직무의 5년 뒤 인력수급 전망에 대해선 반도체 기업의 51.1%가 "현 시점에 판단 불가"라고 했고, 조선업은 49.1%가 "적정 수준 충원 가능"이라고 판단했다.
경총 측은 "교육 현장에서 배출되는 인력이 대졸 중심이어서 생산직으로 유입이 잘 안되고 있다"면서 "그렇지만 응답 기업 상당수는 기술 유출 문제 등으로 해외로 생산 시설을 이전할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 반도체, 바이오·헬스는 인력난 해소를 위해 정부에 '고용 장려금 등 인력채용 비용 지원이 가장 필요하다'고 요구했고, 미래차는 '기업 맞춤형 훈련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지원 확대'를 가장 많이 주문했다.
임영태 경총 고용정책팀장은 "단기적으로 현장 맞춤형 직업훈련 강화와 고용규제 완화로 현장 인력 미스매치를 해소해야 하며 장기적으로 창의적 융합인재 양상으로 인력 자본을 축적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