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시진핑 회담 성사는 미중관계가 그만큼 나쁘단 뜻"[인터뷰]

입력
2022.11.1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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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신보 푸단대 미국연구센터 주임
'20차 당대회 이후 미중관계'는? 
"당대회 보고에 '위험과 도전' 추가...
시진핑 대만 언급은 군사력 자신감 반영
미중 정상회담 필요하나 큰 기대 말아야"

"중국이 수십 년간 누리며 경제 발전의 기반으로 삼은 '안정적 국제 정세'는 이제 사라졌다. 대신 미국의 압박에 맞선 '투쟁의 길'에 새로 들어섰다."

우신보 중국 푸단대학교 미국연구센터 주임은 지난달 폐막한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보고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으로 '국제 정세에 대한 중국의 인식 변화'를 꼽았다. 2017년 열린 19차 당대회에서 중국은 당시 국제적 환경에 대해 "중국의 발전은 전략적 기회의 시기에 있다"고 적시했다.

반면 이번 당대회에선 '전략적 기회'와 더불어 '위험과 도전'이 추가된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우 주임은 지적했다. 안정적 환경을 바탕으로 중국의 발전 기회가 열려 있다는 게 이전 시진핑 체제의 판단이었다면, 이제는 예측하기 어려운 불안정한 구조로 국제 정세가 변모하고 있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급격한 수정의 배경에는 "중국을 향한 미국의 적대적 정책이 있다"고 우 주임은 단언했다. "미국이 압박을 강화하며 중국의 전통·비전통적 안보 위험이 전방위로 커지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중국도 "국익을 지키기 위한 '대미(對美) 투쟁' 노선을 걸어야 한다고 선언한 것이 이번 당대회를 관통하는 주요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미국과 중국의 직접적인 충돌은 대만에서 발생할 수 있다고 우 주임은 꼽았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번 당대회에서 대만 문제를 특별히 언급한 것은 "이미 중국이 대만을 통일할 수 있는 군사력을 갖고 있으며, 외부 개입이 있을 경우 대만에 군사력을 동원할 것"이라는 자신감의 의미라고 진단했다. "대만 문제에 개입하지 말라"는 미국을 향한 경고에 그치지 않고 군사력을 실제 동원할 가능성까지 내포하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 외교부 정책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우 주임은 중국 내 손꼽히는 미중관계 전문가다. 이달 7일 인터뷰를 통해 20차 당대회 이후 중국이 미중관계를 어떻게 다뤄나갈지를 조망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20차 당대회 보고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본 대목은.

"(시 주석은) 당대회 보고에서 '우리나라의 발전은 전략적 기회와 위험이 공존하는 동시에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기에 있다'며 '검은 백조(예측하기 어려운 돌발 요인)'와 '회색 코뿔소(예측할 수 있지만 간과했다가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는 요인)'에 대한 주의를 요구했다. '위험한 폭풍에 대비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는 19차 당대회에선 없던 표현이다. 최근 수년간 급격히 커진 미국의 전략적 압박 때문에 중국이 수십 년간 경험해온 '경제 발전에 유리한 평화로운 국제 정세'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주석직 3연임을 확정한 시 주석이 권력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이른바 전랑외교(战狼外交)를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일단 '전랑외교'라는 단선적 평가에 동의하기 어렵다. 미국을 포함한 서방이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만큼 중국도 국익과 국가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 외교는 협력과 타협의 성격을 지닌 동시에 대결과 게임의 특성도 포함한다. 유언비어에 가까운 서방의 중국을 향한 비난·압박에 대해서도 과감한 투쟁을 벌여야 한다."

-미중갈등이 전 세계 경제·안보 흐름을 결정짓는 상수가 됐다. 당대회 이후 미중갈등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나.

"미국은 힘의 우위와 패권을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중국의 발전과 국제적 영향력 확대를 막고 있다. 중국 또한 이에 밀리지 않고 기꺼이 단호하게 저항 중이다. 양국 무역전쟁이 한창이었던 2020년 미국은 휴스턴의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했다. (중국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청두 소재 미국 총영사관을 폐쇄했다.) 앞으로도 양국 간 위기와 국지적 충돌 위험성은 커질 것이고, 그 충돌 위험성이 가장 높아지는 곳이 대만 해협이다."

-당대회에서 시 주석은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어떤 의미인가.

"통일에 대한 확고한 의지의 표현이다. 중국이 대만을 통일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을 이미 보유했으며, 필요할 경우 이를 사용하겠다는 뜻이다."


-’필요할 경우’란 어떤 환경을 뜻하나. 또한 인민해방군 창설 100주년인 2027년 전에 중국이 대만 통일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많다. 실제 무력 통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시기를 특정할 순없다. 중국 지도자들은 대만 문제 해결을 위해 무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을 이미 밝혀왔다. 대만 독립세력이나 외부 세력이 중대한 사변을 일으키면 중국은 반분열국가법(대만이 독립을 고집할 경우 부득이 무력행사를 할 수밖에 없다고 명시한 법률)에 따라 극단적 조치를 취해 대응할 수밖에 없다."

-미중갈등을 이완시킬 수는 없을까.

"미중관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미국은 중국을 가장 강력하고 심각한 경쟁자로 간주하고 있다. 이는 부정확한 판단이다. 중국은 미국의 중요한 무역 파트너이다. 글로벌 거버넌스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미중관계 속에 경쟁도 있지만 협력이 공존한다는 점을 인정해야 양자 관계를 정확히 다룰 수 있다. 이견은 줄이면서 협력을 확대해야지, 그 반대 방향이면 미중갈등은 심화할 수밖에 없다."

-15, 16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 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 첫 번째 대면 회담이 성사됐다.

"두 정상이 만난다면 이는 미중관계가 좋아서가 아니다. 그만큼 나쁘기 때문에 갈등을 이완시켜야 할 필요성도 커졌다는 뜻이다. 두 정상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눠야 하겠지만, (미중갈등이 단번에 이완될 것으로) 기대해선 안 된다. 중국을 향한 미국의 진정성 있는 대화 의지가 여전히 미온적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잦아지고 있다. 곧 7차 핵실험에 나설 것으로 보나.

"북한이 추가 핵실험에 나서면 한반도 위기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점은 사실이다. 다만 미국은 왜 지난 30년간 그들의 대북 정책이 실패했는지를 되돌아봐야 한다. 대북 압박 위주의 구태의연한 대북 접근법으로는 더 이상 난국을 돌파할 수 없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