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에 빠진 유가족들에게 어떤 말도 위로의 말이 될 수 없기에 그냥 같이 슬퍼하고 같이 울겠습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유가족들을 위로하며 따뜻한 온정을 전해온 익명의 기부자가 화제다. 경남 지역에서 수년째 신분을 밝히지 않고 성금을 보낸 기부천사가 그 주인공이다. 손편지로 위로의 글도 전해 진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8일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전날 오전 발신제한표시로 한 남성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이 남성은 "이태원 참사 소식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며 "지속해서 기부를 해온 사랑의 열매를 통해 성금을 내고 싶어 사무국 입구 모금함에 성금을 놓고 간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모금회는 사무국 입구에 비치된 모금함을 확인했다. 그곳에는 신문지로 싸인 5만 원권 현금 1,000만 원과 함께 손으로 쓴 편지까지 놓여 있었다.
편지에는 "이태원 압사 참사로 인한 희생자분들을 애도하며 삼가 조의를 표한다"고 적혔다. 기부금은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유가족분들에게 전달되길 바란다는 뜻도 밝혔다.
경남사회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이 지역에선 수년째 발신제한표시 전화와 함께 늘 익명의 기부자가 찾아온다. 지난 2017년부터 연말 캠페인을 비롯해 경남과 전국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사건·사고 때마다 해당 기부천사가 온정을 전한다는 것. 그가 사랑의 열매를 통해 기부한 누적 성금이 4억9,900여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알 수 있는 기부자의 정보는 전화 목소리가 40·50대 남성이며 기부금을 전달할 때마다 도움을 주고 싶은 대상과 이유를 적어둔다는 점이다.
모금회는 해당 기부천사의 뜻에 따라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지원하는 정부 부처에 성금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