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 유권자들의 정치 심리에 대한 분석이 나왔다. 미국인 대다수는 정치인과 연방 정부에 대해 낮은 신뢰도를 보이면서도, 동시에 정부의 사회적 기능 수행을 지지하는 상반된 인식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다수 득표자의 낙선을 가능케 하는 미 대선의 선거인단제 폐지, 정치 자금 관리 등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지난 4일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은 다수의 여론조사결과를 토대로 미국인들의 정치에 대한 심리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 상당수는 신뢰할 수 없는 '연방 정부 및 정치 지도자'를 미국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여긴다. 그간 미국의 사회문제로 지적되어온 인플레이션, 경제, 이민, 인종차별 등보다 '정치'를 가장 심각한 이슈로 본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들에서 미국인 상당수가 정부에 깊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음이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보면, 연방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낮았고, 정쟁만 일삼는다는 이유로 연방의회에 대한 불신도 심각했다. 심지어 등록 유권자 3명 중 2명이 '연방 정부는 서민 대신 정치 엘리트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일한다'고 답한 결과가 나왔을 정도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미국인들은 연방 정부의 역할에 긍정적 인식을 갖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향후에도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상반적 태도를 보였다.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 다수 응답자가 연방 정부가 사회적 기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다른 조사에서도 연방 정부가 외국 위협이나 안전하지 않은 제품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차별 방지, 교통 인프라 유지, 환경보호, 헬스케어 등 사회적 기능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이 절반을 넘었다. 특히 팬데믹 이후 정부가 수년간 막대한 지출을 집행한 것에도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미국인들의 상반된 인식에 대해 갤럽은 "대중은 연방 정부를 심각한 결함으로 보면서도, 국가기능 유지에 매우 필요하다고 본다"며 "지도자나 선출직 공무원들은 연방 정부의 업무나 역할 확대를 과도하게 비판하거나 극단적 입장을 취하는 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대다수 미국인은 미국 선거제도에 구조적 결함이 있으며, 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특히 대통령 '선거인단제도 폐지'를 지지하는 의견이 많았다. 미 대선은 주별 선거인단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치러지는데 이 과정에서 전국 득표수에서는 뒤진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는 일이 발생하곤 했다. 조시 부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표적인 경우다. 그런데 가장 최근 여론조사에서 61%에 이르는 응답자가 다수 득표자가 승리할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하는 것에 지지한다고 답했다. 현행 선거인단 제도보다 민의를 정확히 반영하는 방식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다른 많은 조사에서도 절반 이상이 선거인단 폐지에 찬성했다"고 부연했다.
이 밖에도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을 5주로 단축하고 △대통령 후보 선출 시 주별 예비선거가 아닌 하루에 열리는 전국 예비선거를 치르며 △상하원 의원의 일정 수준 인상 연임을 제한하고 △의회선거에서 기부금과 지출을 제한하는 선거자금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