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7' 앱 깔면 사진에 이메일도 노출...이집트, 회의 참가 4만 명 해킹?

입력
2022.11.07 18:00
COP27 회의 참가자 개인정보 대량 유출 가능성 
반정부 인사 감시 분석도...정보 수집 의도는 안 밝혀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7)’ 주최국인 이집트가 회의 공식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참가자들의 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앱을 휴대폰에 설치하면 이집트 당국이 사용자 위치는 물론, 사진과 이메일 등까지 볼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COP27 회의를 방해하려는 반정부 인사들을 감시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오지만, 이집트 정부가 수집한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지 명확히 밝히지 않아 비판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앱 설치하면...이집트 정부가 개인정보 수집 가능

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사이버보안 전문가들을 인용해 "COP27 공식 앱을 휴대폰에 다운로드하면 이집트 정보통신기술부가 사용자의 위치 정보와 데이터 등의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된다"고 전했다.

이날 개막해 18일까지 진행되는 COP27에는 △80여 개국 정상 △약 200개국의 대표단 △환경 시민단체 △기업인 △언론인 등 4만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COP27 앱을 통해 이들과 관련한 민감한 정보가 이집트 정부에 대량으로 유출될 거라는 불안감이 커지는 이유다.

이집트 정부가 환경운동가와 언론인 등 반(反)정부 인사들을 감시하려는 용도로 공식 앱에 해킹 기능을 설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이 해당 앱을 분석한 결과 이집트 당국이 휴대폰 카메라와 마이크 등의 기능도 원격으로 활성화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용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집트 정부는 COP27 개최를 준비하는 동안 이에 반대 시위를 벌인 인권 운동가와 언론인, 야당 정치인 등을 대거 체포하기도 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아므로 마그디는 “COP27은 이집트 정부가 반체제 인사들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지적했다.

이집트, 수집 정보 활용 의도 안 밝혀

영국 통신기업인 보다폰이 COP27 참석을 위해 이집트 국제공항에 도착하는 이들에게 휴대폰 ‘심(SIM) 카드’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에도 의혹의 시선이 적지 않다. 보다폰이 이집트 당국에 자사 사용자들의 전화 통화 및 문자 메시지에 접근할 수 있도록 권한을 준 것으로 알려졌는데, 보다폰 심카드를 무료로 주는 건 이런 감시를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다.

이집트 정부의 의도가 어떻든 해킹은 분명한 불법인 만큼, COP27 공식 앱에 사용자 정보 수집 기능을 심은 이집트 정부의 행동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해킹 의혹이 제기됐는데도, 이집트 정부는 정보 활용 목적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의 후세인 바오우미는 “COP27 회의 일정과 관련 자료 등의 정보를 제공하려고 만들어진 앱의 목적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기능이 탑재된 것"이라며 "해당 앱은 휴대폰에서 사용자의 정보를 수집해 외부 서버로 전송하는데 이집트 당국은 이를 무엇에 활용하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COP27 공식 앱에 해킹 의혹이 제기되자, 이집트 정부의 COP27 개최 의도도 의심받고 있다. 이집트 내에선 2014년 이후 군사독재를 이어 오는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이, 독재정권 이미지를 개선하려고 이번 회의를 주최했다는 비난이 고조돼 왔다. 앰네스티의 바오우미는 “이집트 정권은 수년간 반체제 인사들의 휴대폰을 해킹해 왔다”며 “COP27 앱은 이런 디지털 감시 체제의 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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