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일 첫 압사 신고 직전 119에도 관련 신고가 접수됐지만 소방당국이 출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청은 신고 내용도 행정안전부에 보고하지 않았고, 행안부 역시 참사 38분 뒤에야 서울시와 용산구에 상황 관리를 지시했다. 경찰, 지자체뿐 아니라 정부 부처도 부실 대응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이일 소방청 119대응국장은 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119신고를)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 별도 보고하지 않았다”며 “1년에 약 1,200만 건의 119신고가 들어오기 때문에 다 행안부에 보고할 수 없고 사건의 경중도를 따져 유관부서에 통보한다”고 밝혔다. 소방청은 전날에는 “첫 신고 이전 17건 정도의 119신고가 확인됐다”면서 “사고 현장에서 신고된 것은 1건이고, 나머지는 현장과 상관없는 주변 1㎞ 이상 떨어진 쪽”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상세한 현장 신고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소방청은 각 시도 소방본부로부터 신고가 들어오면 내용을 종합해 국가재난 컨트롤타워인 행안부 상황실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상부에 보고할 만큼 ‘위급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장에서 접수된 바로 그 신고가 압사 사고였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이날 공개한 ‘119신고자 통화 녹취록’을 보면,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12분 이태원에서 압사 사고로 추정되는 신고가 접수됐다. 최초 119 압사 신고(오후 10시 15분) 접수 3분 전이다. 신고자는 상담원에게 “이태원...죠. 숨이...막혀가지고...”라고 힘겹게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통화가 끊어졌지만 현장 출동은 없었다.
소방당국은 참사 발생 직전 경찰의 두 차례 협조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경찰은 당일 오후 8시 37분과 오후 9시 1분 서울소방재난본부에 공동대응을 요청했지만, 소방 측은 부상자가 없다고 보고 출동하지 않았다.
행안부와 서울시 역시 ‘늑장’ 대응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당일 오후 10시 48분 소방청의 첫 보고를 받은 행안부는 5분이 지나서야 서울시ㆍ용산구에 상황 관리 및 대응을 지시했다.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운영 규정’에 따르면, 재난 발생 시 행안부 상황실은 재난상황을 신속하게 수습하기 위해 필요 사항을 지자체에 지시하도록 돼있다.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참사 당일) 오후 10시 53분 서울시와 용산구에 철저한 상황 관리를 지시했고, 오후 11시 40분에는 상황관을 현장에 파견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오후 11시 27분 응급조치 상황과 동원 사항 등을 행안부에 보고했으나, 이태원 일대 교통통제 관련 재난문자 발송은 서울시가 소방으로부터 첫 보고를 받은 오후 10시 26분 후 90분이 지난 오후 11시 56분에서야 이뤄졌다.
여기에 행안부 상황실은 인명피해 사실을 장관에게 알리지도 않았다. 오후 10시 57분 ‘심폐소생술(CPR)이 필요한 환자 15명이 발생했다’는 내용의 대응 1단계 긴급문자를 관련 부서 국ㆍ과장에게 보내면서도, 정작 장관 비서실이나 장관에게는 발송하지 않은 것이다. 행안부는 “위험도에 따라 재난상황 보고 체계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당시 상황을 안이하게 판단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상민 장관은 소방 대응 2단계 발동 후(오후 11시 20분) 사고를 처음 인지했다.
중대본은 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를 열어 대규모 인파 관리 등 재난안전관리체계 개선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10일부터는 다중이용시설과 경기장, 전통시장 등에 인파가 몰릴 경우 대피 경로와 위험 요소 등을 집중 점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