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6일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국가애도기간은 끝났지만 다시는 이 같은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할 책임이 제게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희생자를 추모하는 천주교 미사에 참석했다. 대통령실은 국가애도기간이 종료한 만큼 당분간 국정 운영의 목표를 '치유와 회복'으로 삼고 국가 안전시스템 점검과 쇄신에 나설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미사에 김건희 여사와 함께 참석했다. 지난 4일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위령법회와 5일 개신교계가 마련한 위로 예배 참석에 이어 사흘째 종교계를 찾아 희생자 추모 행보에 나선 것이다.
검은색 정장 차림의 윤 대통령 부부는 엄숙한 표정으로 미사에 함께했다. 삼종기도 안내가 나오자, 자리에서 일어나 성호를 긋고 고개를 숙이며 기도했다. 이날은 윤 대통령이 미사 도중 연단에 오르지 않아 별도의 위로나 사과 발언은 없었다. 다만 정순택 대주교의 "우리 사회가 더 하나되고 서로 위로하며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게 희생자들의 마음과 가족의 아픔을 보듬는 길"이라는 강론에 윤 대통령이 특히 공감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4일 위령법회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너무나 비통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5일 개신교 위로예배에서 "꽃다운 청년들을 지켜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은 영원히 저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거듭 사과의 표현을 사용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에서는 윤 대통령의 공식 대국민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이 지난 일주일간 합동분향소와 종교계를 찾아 희생자를 애도하면서 미안한 마음을 진정성 있게 표한 것"이라며 "공식 사과와 비공식 사과를 나누는 건 정치적 공세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대국민 사과와 같은 형식을 갖추는 것이 되레 '보여주기식 사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의 반응은 경찰이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고 아직까지는 정확한 진상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참모진 회의에서 "우리의 미래인 청년들을 지켜주지 못해 대통령으로서 아프고 무거운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며 "국가애도기간은 끝났지만 이 위로와 추모의 마음을 새겨 다시는 이 같은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할 책임이 대통령인 제게 있다"고 했다. 이어 "무고한 희생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나라를 변화시키는 데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고 김 수석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당분간 후속 대책 마련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7일 윤 대통령 주재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를 열고 대규모 인파 관리를 포함한 현 재난안전관리체계를 점검한 후 개선 방안을 논의한다. 오는 10일부터 다중이용시설과 경기장, 전통시장 등에서 인파 집중 시 대피 경로와 위험 요소 등을 집중 점검할 방침이다.